빌 게이츠 '세기의 이혼'…하와이 비밀 결혼에서 트위터 이별까지
2021.05.04 09:43
수정 : 2021.05.04 09:43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부인 멀린다와 27년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혼하겠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 4번째 부자인 빌 게이츠의 이혼이자 자선사업에 열중했던 모범 부부의 결별이라 이혼 이유나 그후 이들의 공동 자선사업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부부로서 더 이상 함께 성장할 수 없다" : 이날 빌은 멀린다와 공동 명의로 올린 트위터 메시지에서 "관계를 지속하려는 많은 노력과 장고 끝에 우리는 결혼생활을 끝내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혼에 대해서는 "부부로서 함께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며 다소 막연한 이유를 댔다. 이들은 "우리는 이러한 임무에 대한 믿음을 계속해서 공유하고 재단에서 계속 함께 일하겠지만,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부부이자 20년 넘게 비영리단체인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 회장이었다. CNBC가 인용한 세금 신고서에 따르면 재단은 현재 51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순자산이 1305억 달러(약 146조3296억원)인 세계 4위 부자다.
◇ 멀린다, 현모양처에서 자선사업가로 :멀린다는 1964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지역의 엄격한 가톨릭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미국 명문대 듀크대를 졸업한 후 1987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입사해 당시 사장이었던 빌 게이츠와 입사 2년차부터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멀린다는 회사에서 능력을 검증받으며 승진, 1990년 초에는 정보 제품의 총책임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5년간의 연애 끝에 1994년 하와이 라나이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빌은 파파라치를 따돌리기 위해 그 섬의 모든 호텔방과 헬리콥터를 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첫 아이를 출산한 후 멀린다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전업 주부로 남기로 했다. 멀린다는 나중에 회고록에서 "당시 내 개인적인 이상형은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하고 여자는 집에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단 여성들 스스로 집에 있기를 원하는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였다.
그랬던 멀린다는 셋째 아이가 한살을 넘긴 2000년에 자선사업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멀린다가 자선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무리 둘러봐도 신발을 신은 여성을 찾을 수 없어 충격받았던 1993년 아프리카 여행이 계기였다. 1998년에는 뉴욕타임스(NYT)에 질병에 걸리는 이들의 90%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인 데 반해 이들 나라가 보유한 보건 자원은 전세계의 10%밖에 안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후 그는 빈곤국의 보건 문제를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멀린다는 돈버는 일에만 몰두했지 자선에 관심이 없던 빌도 설득했다. 이 덕에 세계 최고의 자선 커플이 탄생했다. 빌 게이츠는 2005년 한 연설에서 "멀린다 때문에 자선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죽기 전에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 게이츠 재단 운명 안갯속 :코로나19 발생 후 재단은 백신 개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 때문에 빌 게이츠는 '돈을 벌기 위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백신을 통해 추적칩을 이식하려 한다'는 음모론에 시달렸다. 빌 게이츠는 앞서 2015년 전염병이 세계를 휩쓸것이라면서 준비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이번 이혼 발표는 아마존닷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부인 맥켄지와 이혼한다고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빌 게이츠의 경우는 특히 자선사업까지 함께 하는 이상적인 부부의 이혼이라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이혼으로 재단의 운명도 안갯속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의 이혼이 "세계적인 자선사업, 공중 보건 등에 충격파를 던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