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막내' 전재수군 , 어린이날 41년 만에 얼굴을 찾다
뉴스1
2021.05.05 13:03
수정 : 2021.05.05 13:45기사원문
2021.5.5/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어린이날인 5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1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전재수군의 사진 묘비 제막식이 열렸다.
1980년 5월 24일 효덕초등학교 4학생이던 전재수군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당시 11살의 어린 나이에 숨졌다.
전씨는 광주와 화순 간 도로에서 계엄군의 오인사격으로 허리와 대퇴부 사이에 여섯발 이상의 총알을 맞고 숨졌다. 벗겨진 고무신을 주우러 돌아서던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린 나이에 숨진 탓에 묘비에 놓을 사진조차 없었던 전군은 지난 41년간 자신의 2-22묘역에 얼굴 사진이 아닌 무궁화 사진을 묘비에 올려야 했다.
그러던 지난 1월 전군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유가족이 가족사진 속의 전군을 발견하게 됐고 어린이날을 맞아 사진 묘비 제막식을 진행하게 됐다.
이날 제막식에는 전군의 유가족, 5·18 단체 관계자, 광주시 서부교육지원청, 효덕초등학교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개식사, 국민의례, 추모사, 유가족 인사말, 헌시낭독, 제막의식, 헌화, 폐식사 순서가 이어졌다.
41년만에 전군의 얼굴을 마주한 유가족들은 전군의 마지막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전군은 운동화를 참 아꼈고 학교에 가는 날을 제외하고는 고무신을 신고 놀았다고 한다. 그날 역시 고무신을 신고 놀러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
전재수군의 동생 전영애씨(49·여)는 "41년 동안 흐릿했던 기억이 오빠의 사진을 본 순간 모두 떠올랐다. 내가 막내 동생이라 오빠가 나를 귀찮아하면서도 참 잘 챙겨줬다"며 "그렇게 좋아하는 어린이날도 몇 번 쇠보지도 못하고 가서…오늘이나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사진제막식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영애씨는 "오빠가 숨진 그날도 오빠가 마당에서 내게 물총을 쏘고 나는 바가지로 물을 뿌리면서 함께 놀았다. 아버지께서 시끄럽다고 하니 오빠가 그날 친구들과 놀려고 나갔다가 그 날이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아직도 내게는 오빠가 물총 놀이를 좋아하는 어린아이 모습 그대로다"며 흐느꼈다.
전군의 형 전재룡씨는 "피 흘리며 쓰러진 동생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가슴이 미어져 온다. 이제서야 얼굴을 찾아줘서 형이 정말 미안하다"며 전군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제막식이 끝나고 유영봉안소에 전군의 영정사진을 놓는 절차도 진행됐다.
원순석 5·18민중항쟁 41주년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이제서야 전재수 열사의 영혼을 편히 보낼 수 있게된 것 같다"며 "오월의 진상을 밝혀 재수군처럼 잃어버린 영령들의 얼굴을 모두 찾아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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