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컷 병아리 학살 막는다"...달걀 감별로 한 해 60억마리 살처분 피할까

파이낸셜뉴스       2021.05.30 09:14   수정 : 2021.05.30 09: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세계 숫컷 병아리들의 대량학살을 막을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부화 전 달걀을 검사해 암수를 구분하고, 숫컷으로 부화할 달걀은 처분하는 기술들이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기존 병아리 학살 방식보다 비용이 더 들고, 모든 달걀에 적용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이하 현지시간) 더 이상 숫컷 병아리들을 죽이지 않아도 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라고 보도했다.

연간 숫컷 병아리 60억마리 학살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식품·농업연구재단(FFAR)에 따르면 한 해 전세계에서 학살되는 숫컷 병아리 수는 60억마리에 이른다.

숫컷 병아리들은 커서 알도 낳지 못하고, 또 암컷 병아리에 비해 성장 속도 역시 더뎌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때문에 양계장에서는 병아리감별사를 통해 병아리 가운데 숫컷을 골라낸다.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에서 그의 아들로 분한 스티브연의 직업이 바로 숫컷 병아리를 감별해내는 병아리 감별사다.

병아리 감별사가 숫컷으로 분류한 병아리들은 죽는다.

달걀 암수구별로 학살 피해

WSJ은 그러나 네덜란드의 한 농장에서는 달걀을 숫컷과 암컷으로 분류해 숫컷 달걀을 처분하고, 암컷 달걀만 부화시켜 병아리가 된 뒤 죽이는 일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달걀이 이동하면 달걀에서 체액을 아주 조금 추출해 성별을 감별하는 기술이 개발된 덕분이다.

네덜란드 양계장 헤트 앙커에서 사용되는 달걀 암수구분 장치를 개발해낸 네덜란드 업체 인오보의 우터 브루인스 상무는 "우리는 일종의 낙태를 한다"고 말했다.

얼마전만 해도 달갈을 통해 성별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때문에 숫컷 병아리들은 대량학살돼왔다.

병아리 학살은 잔인하다.

살아있는 병아리들을 회전식 칼날이 장착된 기계에서 몸통을 조각낸다. 이 방식을 피한 병아리들은 이산화탄소(CO2) 개스실에서 죽는다.

이같은 잔인한 학살을 막기 위해 부화전 달걀 상태에서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독일, 병아리 학살 금지법 발효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 병아리 학살을 금지하거나 규제하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28일 독일 정부는 숫컷 병아리를 도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전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에서 숫컷 병아리 학살을 막았다.

기술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아직 산업 전반에 확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정 종의 달걀에만 가능하기도 하고, 추가 비용이 든다는 단점도 있다.

프랑스 슈퍼마켓 체인 까르푸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더 비싸지만 대량학살을 피한 달걀 판매에 들어갔다.

네덜란드 업체와는 다른 기술이 이용되는 감별법이다. 달걀을 밑에서부터 촬영해 이미지를 만든 뒤 깃털 색으로 암수를 구별한다.

6개들이 달걀이 기존 달걀보다 약 10% 비싼 2.30달러 수준이다.

까르푸는 생산 확대에 나섰다. 올 봄부터 시작해 이 방식으로 연간 4000만개 달걀을 공급할 게획이다. 까르푸는 일부 소비자들이 병아리 학살을 막아주는 이 방식에 찬성해 기꺼이 더 높은 값을 내고 이 달걀을 살 것으로 기대하고 계획에 착수했다.

미국도 기술 개발 장려

2019년 병아리 학살을 막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면 상을 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미 FFAR은 지금까지 상금으로 수백만달러를 지출했다.

FFAR의 과학프로그램 책임자 티머시 커트는 달걀 암수감별 기술 개발은 "마치 우주 개발 경쟁 같다"면서 "농업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정말 최신 선진기술들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의 머신러닝을 이용해 달걀의 암수구별 기법을 만들어 상을 받았다.

또 캘리포니아주 데이비스의 센스IT 벤처스는 배아세포의 미세한 가스 구성물질 차이를 찾아내 암수를 구별하는 화학센서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에그YYt는 숫컷 배아가 특정 종류의 빛에 노출되면 형광색을 띠도록 하는 유전자 조작 방법을 개발 중이다. 조작된 유전자는 숫컷에게만 들어가고 암컷에는 유전자 조작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업체는 밝혔다.

기술은 실험실 단계에서는 개발됐지만 아직 상용화 과정이 남았다.

잔인한 살처분·양계과정에 대한 자성이 계기

병아리로 부화되기 전 달걀 단계에서 숫컷을 골라내 제거하는 기술은 수십년간에 걸친 동물권 보호단체들의 압력과 농장에서 사육되는 닭의 처우 개선을 희망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바람의 결실이다.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닭의 삶은 비참하다.

닭들은 좁은 닭장에 갇혀 평생 생활하며 이웃 닭을 쫄 때 상처를 내지 못하도록 달궈진 칼로 부리가 잘려진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이같은 흐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식품업체들과 식료품 체인들은 닭장이 아닌 방사된 닭이 낳은 달걀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부리가 잘려나가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도 판다.

독일 주요 식품소매업체 레비마크트는 지난 2월 산하 3700여 상점에서 연말까지는 판매되는 모든 달걀을 숫컷 병아리를 살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된 달걀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달걀 과정에서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이 보편적으로 활용되려면 달걀에 큰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신속하고 값싸게 판독이 가능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이후 검증 과정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예고한다.

또 이스라엘 업체의 유전자 조작 기술은 각국의 규제라는 벽도 넘어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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