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애니명가 지브리의 세대교체 '아야와 마법'(인터뷰)

파이낸셜뉴스       2021.06.02 17:38   수정 : 2021.06.02 17:38기사원문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고로 감독 연출
지브리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파이낸셜뉴스] 일본 애니메이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가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고로 감독이 지브리가 내놓은 6년만의 신작, '아야와 마법'의 연출자로 돌아왔다. 아버지 하야오의 인정을 받아낸 '코쿠리코 언덕에서'(2011)이후 10년만이다.

'아야와 마녀'는 지브리가 처음 선보이는 풀 3D 애니메이션이다. 악동 이미지를 풍기는 똘망똘망한 눈망울의 아야 캐릭터 역시 기존의 지브리 여성 캐릭터와 다소 결이 다르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록 음악이 OST에 사용된 점도 눈에 띈다.

앞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를 통해 매사 의욕없는 아이 센에게 노동의 가치를 일깨우며 주체성을 회복시켰다. 20년 뒤 아들 고로 감독은 '아야와 마녀'의 아야를 통해 주어진 부당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당찬 아이를 선보인다.

‘아야와 마녀’는 미스터리한 마법 저택에 발을 들인 열살 말괄량이 소녀의 판타지 어드벤처를 그린 작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쓴 다이애나 윈 존스의 ‘이어위그와 마녀’가 원작이다. 주인공 아야는 당차지만 예쁘장한 얼굴을 가진 기존 지브리 속 여성 캐릭터에 비해 외모에서도 악동의 기질이 엿보이는 주관 뚜렷한 캐릭터다.

갑자기 찾아온 마법사 벨라와 맨드레이크를 따라 미스터리한 저택에 발을 들인 아야는 그곳에서 마법은 알려주지 않고 잔심부름만 시키는 마녀 벨라를 골탕 먹이려고 작전을 짠다. 원작 소설에 반한 하야오 감독이 오랜 파트너인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에게 제작을 권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고로 감독은 2일 화상 컨퍼런스에서 '아야와 마법'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를 묻자 “극중 여러 어른을 상대해야하는 아야처럼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사회에서) 지금의 아이들이 사회에 나올 때면 아주 많은 노인들을 짊어져야 한다"며 "어른들을 조종해서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힘을 갖추길 바란다”고 답했다.

또한 “원작을 읽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주인공 아야”라며 “어른 말을 잘 듣는 스테레오 타입의 착한 아이가 아니라, 상대와 힘겨루기를 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혼란한 요즘 아야 같은 성격의 캐릭터가 (시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고로 감독은 역시 “요즘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자유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어른들을 골탕 먹이는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느껴지길 바랐다”고 했다. 또한 “자기 스스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아야의 엄마는 1970년대 밴드활동을 한 인물로 나온다. 그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하지 않았던 록 음악을 하고 싶었다”며 “1970년대는 록 음악이 유행하던 시대여서 그 시절의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아야와 마법’은 스튜디오 지브리가 최초로 선보이는 풀 3D 애니메이션이다. 고로 감독은 “앞서 3D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며 “지브리 내부에서 (3D 작품에) 우려가 있었지만 완성작을 보고 좋아했다”고 말했다. "하야오 감독도 재미있다고 하셨다. 지브리는 보수적인 면과 혁신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일단 3D 애니메이션으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이 큰 의미인 것 같다"고 짚었다.

“앞으로 3D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시스템 등을 좀더 갖춰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하야오 감독은 차기작을 2D로 만들고 나는 앞으로도 3D를 할 생각인데, 2D이건 3D이건 지브리 작품엔 차이가 없다. 스튜디오의 정신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브리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 지브리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의미있는 작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스튜디오의 설립에 기여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꼽았다. 특히 작품의 주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고로 감독은 "운명과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의 시각으로 잘 풀어냈다"며 "특히 현재 코로나19 환경에 있어서 '나우시카'의 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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