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日기업 상대 소송 각하... 法 "청구권 행사 불가능"

파이낸셜뉴스       2021.06.07 14:28   수정 : 2021.06.07 15:32기사원문
재판부 "청구권 협정 의해 소멸·포기된 건 
아니지만... 소송으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것"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부당...항소할 것"

[파이낸셜뉴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됐다. 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기업들을 상대로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오후 2시께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주식회사와 닛산화학 등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당초 오는 10일을 선고기일로 예정했지만, 돌연 이날로 기일을 앞당겼다.

재판부는 “개인 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에 의해서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선고 직후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 대표는 "당사자들조차 선고기일인 줄 몰랐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강길 변호사(법무법인 한세)는 기존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지금 재판부 판결은 매우 부당하므로 항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씨 등은 지난 2015년 5월 일본기업 17곳을 상대로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소송 가액만 86억원에 달하며, 현재 같은 법원에서 심리 중인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 낸 19건 소송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당초 원고들은 17곳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곳에 대해서는 취하했다.

소송이 제기된 2015년 이후 일본 기업들이 응하지 않으면서 재판 진행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일본 기업 측은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지난 3월 법원이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한 뒤에야 국내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첫 변론이 열리게 됐다.

지난달 28일 6년여 만에 첫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곧장 변론을 종결했다. 이미 ‘대법원 판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미 두 차례 대법원 판단을 받은 사건으로 법리가 다 정리됐다”면서 “법률적 문제이고 소가 제기된 지도 오래되지 않았느냐”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소송은 2005년 처음 제기됐고, 1·2심에선 모두 원고 패소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12년 일본기업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이 나온 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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