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마트팜으로 노동력절감·방역 다잡았죠"

파이낸셜뉴스       2021.06.07 17:44   수정 : 2021.06.07 18:33기사원문
오리사 깔짚 자동살포장치 만든
권경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최근 5년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인해 살처분된 오리는 무려 4461만5000마리에 이른다. 재정소요액은 3563억원에 달한다. 권경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36·사진)는 오리 사육농가의 '깔짚'에서 AI의 원인을 찾았다.

2014~2015년 AI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 결과 오리농가 중 상당수 농가가 깔짚 투입 과정에서 차량 출입으로 인해 질병이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오리는 흔히 음수량이 많고 분뇨에 수분함량이 높다. 이 때문에 바닥재가 질어지기 쉬운데, 오리 사육농가에서는 바닥 수분 관리를 위해 왕겨나 톱밥 등 깔짚을 주기적으로 뿌려준다. 이 깔짚은 AI 전파 우려뿐 아니라 뿌려주는 과정에서 노동부하가 심하고, 근로자의 호흡기 질환도 유발하곤 한다.

권 연구사는 "오리 사육농가의 노동력 절감과 차단방역 달성을 위한 스마트 축산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며 "이에 따라 노동력 투입 없이 자동으로 바닥 깔짚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개발된 장치가 바로 '오리사 깔짚 자동살포장치'다. 오리 사육시설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깔짚을 살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 깔짚은 사육시설 외부에 설치된 보관창고로부터 자동으로 이송된다.

또 농장주가 사전에 입력한 스케줄(작동 시간, 살포량)에 따라 장치 스스로 새 깔짚 살포작업을 한다. 장치 전면부에 무선통신 모듈과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센서 및 CCTV를 설치해 농장주는 외부에서도 농장 상태를 원격으로 관찰하고 관리할 수 있다.

권 연구사는 "이 장치 도입 후 오리 사육농가에서 사람이 직접 1개 동당 40~120분 걸려 실시하던 깔짚 살포작업을 별도의 인력 투입 없이 15분 내로 완료할 수 있게 됐다"며 "농장주가 분진환경으로 해방됐을 뿐 아니라 차단방역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난 2019년 'ICT 융합 한국형 스마트팜 핵심 기반 기술개발'이라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종료평가 결과 '우수'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권 연구사는 농촌진흥청 입사 당시 "책상에 앉아서만 하는 연구가 아닌 발로 뛰고, 실제 농업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초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권 연구사는 "깔짚 자동살포장치 시작기를 처음 적용했던 농가 사장님이 두 손을 잡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제 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던 순간이 기억난다"며 "사장님의 오리 사육에 대한 열정과 그간의 노력 등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봤기 때문에 진심과 무게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연구직으로서 나아갈 길을 다시 한번 재조명해주고, 또 고생한 만큼 인정해주는 것 같아 평생 잊을 수 없는 인사말이 됐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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