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 없고 임피제 직원만 늘었다… 국책銀, 인사적체에 속앓이

파이낸셜뉴스       2021.06.20 17:50   수정 : 2021.06.20 18:19기사원문
희망퇴직시 임피제 연봉 45%만
기재부 지침에 명퇴 수년째 ‘0’
3년치 급여지급 시중銀과도 차이
임피 직원 1명 명퇴땐 신입 3명 뽑아

'신입 뽑긴 어렵고, 헐값엔 안나가고...'

3대 국책은행(기업·산은·수은)이 인력 적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년이 다 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직원들은 늘고 있지만 희망퇴직으로 내보낼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액연봉을 받는 직원 1명을 내보내면 신입 3~4명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명예퇴직시 일시불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낮아 3대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인원 수는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50~수백명 '임피', "그래도 다닌다"

20일 파이낸셜뉴스가 3대 국책은행들의 임금피크제 발생 인원을 조사한 결과 국책은행별로 각각 매년 40~400명 안팎이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2021까지 5년간 임금피크제 인원을 파악해본 결과 산업은행은 2017년 150명 수준에 불과했으나 올 연말까지의 인원은 34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수출입은행의 경우 매년 40명 안팎의 임금피크제 인원을 유지했다. 직원 1만3000여명을 거느린 기업은행은 임금피크제 적용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2017년엔 58명에 불과했지만 이듬해엔 372명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올 연말까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인원은 누적 1003명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666명)에 비해 1년간 340여명이 늘었다.

국책은행의 희망퇴직금은 기재부 지침에 묶여 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정년을 앞두고 4년간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 전에 받던 연봉 2년치 금액을 4년간 나눠 받는 구조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임금피크제로 받는 연봉의 45%만을 일시불로 받는다. 쉽게 말해 2년치 연봉의 45%, 약 1년치 연봉만을 받고 나가는 셈이다. 기업은행의 경우도 임피제를 적용받지 않고 나갈 경우 받는 특별퇴직금은 임피제 적용 연봉의 약 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공공기관의 특별퇴직금이 줄어든 시기는 지난 2014년부터다. 당시까지 금융공공기관 명퇴금은 잔여 보수의 85~95%였다. 하지만 감사원이 이를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지적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의 45%'를 퇴직금으로 주도록 지침을 내렸다. 시중은행 특별퇴직금(24~40개월 안팎) 수준과는 확연히 낮다.

■"명퇴 작동 안해 비효율" vs "형평성은 지켜야"

일부 민간기업들은 36개월 이상 임금을 일시 지불하는 조건으로 정년이 얼마 안남은 인원들을 퇴직 시킨다. 경제논리에 따라 적정량의 금액을 지불해야 조기퇴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업체는 주로 3년치 안팎의 연봉을 주는 조건이라 쉽게 명예퇴직 시스템이 작동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월에만 200여명을 내보냈다. 최근에도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주는 조건을 달았다.

국책은행들은 기획재정부가 조건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명예퇴직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가 국책은행의 명퇴제도를 개정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이다. 산은·수은·기은은 공공기관이지만 채권 발행 등으로 자체 수익을 낼 수 있다. 수년에 걸쳐 지급하는 임금피크 급여를 퇴직금으로 한 번에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공공기관 대부분은 정부의 행정을 위탁하다보니 수익을 내지 않는다. 한 번에 많은 금액을 명퇴금으로 주려면 기재부가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정서도 국책은행 명퇴 개정 반대 이유로 꼽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사 적체라는 이유로 수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한 번에 지급하는 개정안을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점포를 빠르게 줄여가고 있지만 국책은행들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단순히 인사적체를 이유로 국책은행 명퇴 제도를 개정하기엔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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