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는 제주하천…'비' 내리면 모습 드러내
뉴스1
2021.07.17 07:01
수정 : 2021.07.17 07:01기사원문
2020.8.26/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월산마을에서 서북쪽으로 900m 떨어진 '악근천' 상류의 '엉또폭포'.
제주 방언으로 '엉'은 큰 웅덩이를, '또'는 입구를 뜻하는 '도'의 변형으로 '엉또폭포'는 큰웅덩이라는 뜻의 폭포다.
그 높이만 50m에 달해 '제주 3대 폭포'인 천지연 폭포(22m)와 천제연 폭포(높이 21m), 정방폭포(23m)보다 높다.
엉또폭포는 숲속에 숨어지내다 산간에 70㎜ 이상 요란하게 비가 내린 후에야 폭포 주변의 기암절벽과 천연난대림과 어울리며 그 위용을 드러낸다.
한때 '이 동네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의 공간'이었지만 한 방송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지금은 비가 내릴 때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명소다.
제주에는 143개의 하천이 있다. 대부분 '엉또폭포'처럼 평상시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을 이루다 많은 비가 내리면 2~3일 정도 물이 흐른다.
다만 해안 가까이에서 지하수가 용출되는 강정천과 외도천, 옹포천 등 10여개 하천은 평상시에도 물이 흐른다.
제주의 하천에 물이 없는 이유로 대개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때문이라고 말을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현무암도 구멍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물이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토양층이 얇아 빗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지하의 암반에 생긴 틈(절리)을 통해 빗물이 쉽게 지하로 흘러들기 때문에 하천에 물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1950m에 달하는 한라산에서 하천 해안선까지의 거리가 짧아 지표수가 순식간에 바다로 유출되면서 타 지역처럼 평야지대를 '유유히 흐르는' 하천이 형성되기 어렵다.
물이 없다고 제주의 하천이 가치가 없지 않다. 하천 곳곳에 깊은 소와 기암괴석이 자리하고 있어, 경관이 빼어나고 생태학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하천은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방향으로 뻗어있어 한라산 고지대와 중산간 지대의 풍부한 영양분을 바다까지 이동시키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천 주변에 형성된 울창한 숲이 그 증거다. 특히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은 제주의 녹지축 중 하나다.
하천 양쪽으로 형성된 숲은 바다에서 한라산 정상까지 해발고도에 따른 식생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교과서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한라산 고지대에 1000㎜ 이상 폭우가 내려도 홍수가 잘 나지 않는 이유 역시 한라산 정상에서 해안까지 혈관처럼 뻗어있는 '건천'들 때문이다.
순식간에 불어난 빗물은 건천을 타고 빠른 속도로 바다로 유출되면서 해안에 가까운 마을에 홍수피해를 막아주고 있다.
제주 환경단체들이 "제주의 하천은 있는 그대로 생태적으로 가치가 있고 자연재해 예방측면에서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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