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의 골프산책)국내 회원제 골프장 '뉴패러다임' 신원CC

파이낸셜뉴스       2021.07.18 09:19   수정 : 2021.07.18 12:31기사원문

용인(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1km 이상의 꽤나 긴 진입로에서부터 30여년 세월의 흔적이 묻어 난다. 듬성듬성했던 나무들은 울창한 숲 터널이 된 지 오래인 듯 하다. 바람따라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격한 환영 인사를 받으며 골프장으로 들어선다.

녹색의 향연이 주는 청량감이 가마솥 불볕 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한다. 그리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중략). 가로수 하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옛 추억에 잠시 잠긴다.

총743명의 주주 회원제로 운영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신원CC(대표이사 이경렬)는 진입로에서부터 기억의 저편에 켜켜이 쌓아 두었던 추억을 소환하는 골프장이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연륜 때문이 아닌가 싶다. 1993년에 한국 건축대상을 수상한 클럽하우스는 최근 리모델링에 들어가 새롭게 재탄생하지만 정통 프라이빗코스의 흔적들은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아귀가 딱 맞는 골프장'이라는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매밀봉 자락에 자리 잡은 이 골프장은 1992년에 개장했다. 중견 패션기업인 신원그룹이 원래 소유주였다. 골프장 이름이 신원CC인 이유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여파로 신원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2009년 11월에 회원들이 골프장을 인수, 현재는 743명의 회원들이 주인인 주주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매일매일 영업상황을 바로 다음날 공개하는 투명경영을 통해 회원제 골프장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회원들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국내 골프장 사상 최초로 회원들에게 배당까지 하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회원들은 조별로 나눠져 골프장 운영에 관한 의견들을 개진한다. 회원전용 인터넷 공간에서는 골프장 운영 뿐만 아니라 회원들간의 다양한 정보가 공유된다.

공정한 부킹은 말할 것도 없고 주말 황금 시간대는 회원들끼지 팀을 이뤄 라운드하는 '회원의 시간'이 별도로 운영된다. 한 마디로 '회원을 위한 회원의 골프장'의 표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원CC 회원권을 시중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이유다. 그것은 최근 4년간 회원권 시세 변동으로 가늠할 수 있다. 2018년에 2억9000만원이었던 회원권은 2019년 4억원, 2020년에 5억1000만이 됐다가 현재는 7억400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매도 물량이 전무하다.

솔로몬, 데이비드, 에벤에셀 등 27홀 코스

신원CC는 총 52만평에 에벤에셀(파36·3358야드), 데이비드(파36·3541야드), 솔로몬 코스(파36·3473야드) 등 총 27홀로 조성됐다. 코스 이름이 기독교적인 것은 원래 소유주였던 신원그룹이 기독교 기업인 탓이다. 각 코스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전형적인 '한국형 골프장'이라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중지인 페어웨이는 길면서 폭이 넓고 인생의 축소판인양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배분돼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적절한 언듈레이션이 있는 그린이다. 그만큼 미세한 브레이크가 많다는 얘기다. 스피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평균 2.8m를 유지하지만 내리막에 걸리면 그야말로 '난감하네'다. 특히 데이비드 8번홀(파5) 그린은 길거면 차라리 올리지 않는 게 더 낫다.

먼저 '도움의 돌'이라는 의미의 에벤에셀 코스는 평화롭고 온화한 느낌이어서 여성적 코스에 가깝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도우심'이라는 에벤에셀처럼 그냥 자신의 샷을 믿고 편안한 라운드를 하면 기대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다. 에벤에셀코스의 시그내처홀은 7번홀(파5)이다. 세 번째 샷 지점에 가면 저수지와 골프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절경이다. 2번홀은 전장이 짧은 파5홀이어서 장타자는 투온을 노릴만 하다. 5번홀(파3) 그린이 솥뚜껑이어서 퍼팅에 신경을 써야 한다.

데이비드(다윗) 코스는 신원CC에서 난도가 가장 높은 코스다. 에벤에셀과는 정반대인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의 기개와 용맹을 닮은 남성적 챌린지가 요구되는 코스다. 200야드가 넘는 파3홀과 600야드에 가까운 파5홀들이 용감한 검투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169야드로 비교적 짧은 파3홀인 4번홀 정도가 버디가 가능하다. 595야드의 8번홀은 보기 작전으로 공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데이비드 코스의 시그내처인 이 홀은 좌우가 모두 OB여서 티샷이 위협적인데다 그린마저 대단히 까다로와 로우 핸디캡퍼도 진땀을 흘리는 곳이다.

솔로몬코스는 지혜가 필요한 코스다. 다시말해 고도의 코스매니지먼트를 요하는 전략적 코스로 보면 된다. 따라서 닥공을 했다가는 낭패를 면하기 어렵다. 솔로몬코스는 2번과 5번홀(이상 파4)에서 스코어를 줄여야 한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전원풍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2번홀은 전장은 362야드이지만 심한 내리막이어서 비거리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5번홀은 가장 '솔로몬적'인 홀이다. 전장은 341야드로 길지 않지만 좌우는 물론 그린 뒤까지 OB구역이어서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장타보다는 정확성이 요구되는 홀이다. 슬라이스를 조심해 약간 왼쪽을 겨냥한 뒤 티샷을 날리면 좋다. 솔로몬코스에서 가장 공략이 어려운 홀은 세컨드샷 지점부터 심한 오르막인 8번홀(파5)이다. 세컨드샷에서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편의와 배려' 콘셉으로 클럽하우스 전면 리모델링

클럽 하우스 대수선 및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약 90억원을 투입해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리모델링은 오는 7월말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사 범위는 로비, 프론트, 프로숍, 대식당, 단체실 , 락커 룸 등 클럽 하우스 전체다. 리모델링의 컨셉은 '편의와 배려'다.

현관에는 비바람을 막아 주는 대형 캐노피(포치)를 신설했다. 교행으로 인한 번잡함을 없애기 스타트 하우스를 대폭 확장했다. 빼어난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아웃도어 뷰 폴딩 도어도 신설됐다. 고령자 골퍼들을 배려해 최신 설비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도 새롭게 설치했다.

'명문코스 제조기' 이경렬 대표 취임..'품질과 품격' 격상 기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다고 하듯 신원CC는 '명문 코스 제조기'로 불리는 이경렬대표가 주주총회를 거쳐 지난 3월23일 부임하면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조짐이다. 남부CC 총지배인, 부산 기장 베이사이드GC 대표,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GC 대표를 거쳐 올해 부임한 이 대표는 자신이 그동안 축적해 놓은 노하우를 신원CC에 쏟아 붓겠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그의 이력에서 보듯 국내 정통 프라이빗 코스를 두루 섭렵하면서 코스 관리에서부터 회원 교류에 이르기까지 클럽 운영에 대한 제반 사항을 꿰뚫고 있는 국내 몇 안되는 골프장 전문 경영인 중 한 명이다. 그의 능력은 그가 재임했던 곳에서 대부분 연임했다는 사실로 충분히 가늠되고 남는다.

그런 그가 신원CC에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코스의 품질과 품격 향상이었다. 신원CC의 코스 관리는 그동안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 대표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그는 페어웨이 잔디 품질 향상을 위한 배수 개선 작업 일환으로 암거 보수공사를 했다.

기존에 해왔던 버티컬 작업은 말할 것고 없고 개장 이래 처음으로 슬라이싱 작업을 단행했다. 이 또한 오롯이 잔디 품질 향상을 위한 조치였다. 잔디 답압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했던 인조잔디매트를 걷어내고 천연잔디로 전면 교체하므로써 코스의 격을 높혔다.

이경렬 대표는 "신원CC는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모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럽 운영의 기조는 모두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회원이 만족할 때까지 제게 주어진 소임을 다할 것이다"면서 "다행히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에도 우리 골프장 잔디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말에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제공하지 못했던 최상의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불편을 감수한 회원님들과 고객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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