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 마케팅' 올라탄 롯데백화점, MZ놀이터 거듭날 수 있을까
뉴시스
2021.08.11 05:01
수정 : 2021.08.11 05:01기사원문
동탄점 홍보하는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 본부장 "백화점 떠난 아이들을 잡아라" 오떼르 속 공주들 SNS에서 소통 갈구하는 MZ세대 겨냥한 부캐릭터 기업 직접 등장않고 캐릭터·세계관 통해 허들 낮춰 MZ프로젝트팀 꾸리고 2030대 사원 3명에 자율성 "디지털 플랫폼에 롯데백화점 구현할 것" 포부도
롯데백화점은 특유의 부캐 세계관을 스스로 개발하는 한편 성공한 부캐들과 협업도 적극 나서고 있다.
'노잼(NO+재미)' 백화점을 '유(有)잼'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전략인데 실제 성과를 낼 지 관심이다.
7년만 출점 동탄점 알리는 김갑생할머니김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오는 20일 7년 만에 신규 출점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동탄점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전략본부장과 손을 맞잡았다.
지난 4일 1분 남짓 분량의 '이호창 본부장의 새로운 영감, D' 티저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다음 영상은 11일 낮 12시에 풀린다. 지난 2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를 패러디했던 때처럼 특유의 재벌 3세 캐릭터 감수성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이호창 본부장은 '피식대학' 대표 세계관 'B대면데이트' 속 캐릭터다. 개그맨 이창호가 연기하는 부캐릭터다. 유명한 설인사 영상은 2월 게재 이후 8월10일 기준 누적 168만회 조회수를 모았다. '피식대학' 채널 구독자 수는 142만명에 달한다. 유튜브 주 이용자층인 MZ세대에게 영향력이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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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 롯데백화점이 문을 닫으면 '르쏘공 월드' 열린다롯데백화점이 문을 닫는 오후 8시30분에는 '밤의 오뗴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본점이 위치한 소공동을 프랑스어로 표현한 '르쏘공' 월드엔 '휴 공주'와 캐릭터 '백씨'가 산다. 둘은 백화점 속 문제를 해결해 사라진 아이들(MZ세대)을 돌아오게 만들 임무를 띠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 '오떼르' 칭호를 얻는다.
낮이 되면 휴 공주는 유튜브 '오떼르 Hauteur the day' 채널에 나타나 백화점 속 미션을 해결한다. '이달의 소녀' 츄와 희진이 연기하는 웹예능 '오떼르:미션컴플희츄'다. 오떼르 IP는 9일 낮 12시 기준 유튜브 구독자 5만150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2만6600명을 모았다.
'오떼르' 세계관은 롯데백화점 MZ프로젝트팀의 작품이다. 완구에 꽂힌 팀장 신지한(36), 팬덤 문화에 밝고 스스로가 방탄소년단 '아미'인 이승연(31), 인터넷 문화에 밝아 모르는 밈(MEME)이 없는 우지민(27) 세 명이 팀원이다. 팀은 현종혁 고객경험부문장(상무)에게 큰 틀의 방향성만 보고하고 마케팅을 직접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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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내세워 리스크 줄이고 재미도 잡는다백화점 마케팅은 대개 새로운 브랜드 입점을 알리고, 출점을 알리고 할인전을 내세워 왔다. '세상의 모든 물건이 있는 점포(백화점, 百貨店)로 너희들이 와라'는 식의 일방적 방식으론 MZ세대에게 통하지 않는다.
"MZ가 찾아오지 않는 백화점을 바꿔야 한다는 갈증 때문이다." 신지한 팀장이 밝힌 롯데백화점이 MZ프로젝트팀을 만든 배경이다. 강남에 거주하는 구매력이 있는 MZ세대를 데리고 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팀이 선택한 첫 수단이 바로 부캐릭터 마케팅이었다.
왜 부캐릭터 마케팅일까. 이유는 MZ세대가 SNS를 이용하는 방식인 소통에서 찾을 수 있다. 우지민 마케터는 "SNS는 개인의 소통이 핵심인데 대기업이 자사 공식 계정으로 직접 드러내 댓글을 달면 논란을 사는 등 위험성이 있다. 기업의 이미지를 줄이고 캐릭터 이미지를 키워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부캐릭터 마케팅 외에 소통을 갈구하는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마케팅 활동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 개점 예정인 동탄점에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요소를 도입한다. 동탄점을 다니면서 마치 게임을 하듯이 체험·맛집·데이트·힐링 등 테마 코스를 돌면서 미션을 하고 경품 응모 기회를 준다.
"MZ에게 백화점 속 다양한 매력 보여주겠다"MZ프로젝트팀은 롯데백화점에 대한 2030세대가 가진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게 과제 중 하나다. 이승연 마케터는 "백화점 상품들이 전반적으로 MZ세대에게 비싸다는 인식을 바꾸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라며 "콘텐츠를 통해 한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다양한 모습을 MZ들에게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IP '오떼르' 세계관 구독자 규모로 성과를 가늠해보자면, 아직 유튜브 크리에이터 1차 관문인 '실버버튼'(구독자 10만 이상)을 얻지 못했다. MZ프로젝트팀은 인스타그램 성격 진단 MBTI 콘텐츠에 200만~300만명이 참여했고, 누적 조회수 47만명을 기록한 유튜브 영상도 있는만큼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자신한다.
신지한 팀장은 "기업이 MZ와 소통하는 방법은 그들이 놀 수 있는 '노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며 "향후에는 MZ들과 진정한 소통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에 롯데백화점을 구현하고, 해당 공간의 이슈를 오프라인에도 접목시켜 전방위적 통합 마케팅을 실현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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