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출신 남매, 이제 BBQ 사장님입니다"

뉴스1       2021.08.19 06:49   수정 : 2021.08.19 10:49기사원문

울산에서 온 김모씨(29·오른쪽) 남매가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심층면접 이후 면접 소감을 말하고 있다.(제너시스 비비큐 제공) © 뉴스1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에 지원한 부부가 면접을 진행 중인 모습.(제너시스 비비큐 제공) © 뉴스1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지원자가 면접 이후 눈물을 보이고 있다.(제너시스 비비큐 제공) © 뉴스1


대구에서 온 김모씨(30·오른쪽) 모녀가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심층면접 이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너시스 비비큐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동생과 보육원에서 자랐고 서른이 다 될 때까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했어요. 어렵게 얻은 기회인만큼 반드시 성공해내겠습니다"

울산에서 올라온 BBQ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지원자 김모씨(29)의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김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 이혼 이후 아동 보호시설에서 다섯 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자랐다. 어린 나이부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책임진 그는 가장이라는 무게를 너무 일찍 깨달았다.

빠듯한 환경에서도 동생은 검정고시 학원에 보냈다. 동생만큼은 저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길 바랐다. 그러나 육아와 살림 부담에 모아둔 돈이 금세 동났고 더 이상 동생 뒷바라지도 쉽지 않았다. 전역한 동생에게 치킨집 사업을 제안한 것도 이때였다.

김씨는 "동생과 제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다"며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온 만큼 성실히 배우고 더 간절한 마음으로 매장을 운영하겠다"며 심사위원들을 설득했다.

BBQ는 이들에게 배달 전용 매장 BSK 개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 10월 이전에 보증금 약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 규모의 매장을 열 수 있게 됐다. 19일 BBQ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구직 활동이나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에게 자립기반을 지원하는 스마일 프로젝트를 통해 김씨 남매를 포함한 200팀을 지원한다.

이번 모집에는 총 3500여팀(7000여명)이 응모했다. 30세 이하 1인과 연령 제한 없는 파트너 1인이 한 팀을 이뤘다. 인공지능(AI) 역량검사를 통해 선발한 500팀은 지난 13~14일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BBQ 치킨대학에서 면접을 거쳤다.

최종 200팀을 가려내기 위한 면접이 진행된 대형 강당은 오디션장을 방불케 했다. 예비 창업자부터 코로나19로 실직하거나 가게를 폐업하고 재기를 꿈꾸는 가장과 예비부부를 포함한 여러 사연들이 심사위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는 후문이다.

어려웠던 경험을 이야기하던 일부 지원자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한 지원자의 우렁찬 목소리에 귀가 쫑긋해진 지원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비비큐로 3행시를 해보겠습니다. 비슷비슷하지만 고민되시죠? BBQ치킨이 저는 꼭 하고 싶습니다. 큐 사인 주세요"

당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구에서 올라온 30대 지원자 김모씨(30)였다. 김씨는 이날 면접장에 어머니 최모씨(53)와 한 팀을 이뤄 BBQ 로고를 넣은 흰색 커플티를 맞춰 입고 왔다. BBQ 로고는 심사위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3시간이나 수작업으로 공을 들인 작품이다.

김씨는 젊은 사업가다. 지난 10년 동안 각종 아르바이트는 물론 식품 가공업부터 버섯농장과 카페까지 실패와 재기를 반복하면서도 청년 사업가의 꿈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의 열정도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매장을 찾는 손님 발길은 끊겼고 당장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렀다.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나섰다. 하나뿐인 외동딸이 속상해하던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던 엄마가 딸에게 이번 도전을 제안했다. 최씨는 "코로나19로 딸이 운영하던 카페 영업이 어려워지면서 같이 속을 끓였다"며 "평생 딸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먼저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카페나 서비스업을 운영하면서 고객을 상대한 노하우가 쌓여있어 매장 운영에 자신 있다"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같은 저희 엄마와 함께 힘을 합쳐 매장을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BBQ가 최종 발표한 200팀은 서울·경기·강원·충청·영남·호남 6개 지역에서 평균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BBQ는 선발팀과 매장 입지 선정·계약·개점 준비를 포함한 매장 운영 교육을 진행한 뒤 오는 9월1일부터 매장 오픈을 순차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BBQ 관계자는 "열정과 패기는 충분하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젊은 지원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며 "본사 역량과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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