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ICC 유리한 판정에 풋옵션 소송도 여유…코너 몰린 FI

뉴스1       2021.09.10 06:32   수정 : 2021.09.10 06:32기사원문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교보생명과 FI(재무적 투자자)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10일 재개되는 형사재판을 앞두고 표정이 엇갈린다.

교보생명은 국제 중재재판에서 유리한 판정을 획득해 주당 40만9000원에 어피니티의 풋옵션을 사들이지 않아도 된다. 투자금 회수가 시급한 어피니티는 엑시트(자금회수) 방안을 빠르게 찾아야 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아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교보생명은 시간을 끌수록 유리해진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과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한다.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한 어피니티니와 기업 가치 평가를 맡은 안진은 교보생명의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에게 풋옵션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부정하게 청탁·공모해 교보생명 주식의 공정가치를 허위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어피니티가 이득을 얻을 수 있게 안진 측이 주식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재판을 한층 더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 6일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산하 중재판정부가 이번 분쟁과 관련해 교보생명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어피니티가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요구한 주당 40만9000원에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사라졌다. 어피니티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2조원대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었다.

이번 분쟁은 어피니티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한 데서 출발한다. 이때 어피니티는 2015년 9월 말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보생명 최대 주주인 신창재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교보생명의 IPO가 지연되자 어피니티는 2018년 10월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당시 어피니티는 안진을 통해 풋옵션 행사 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매입 원가인 24만5000원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이에 신 회장 측은 계약의 적법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며 응하지 않았고, ICC를 통한 국제 중재 절차가 시작됐다.

장기간 자금이 묶인 어피니티는 최대한 빨리 지분을 팔고 투자금을 회수하길 원하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는 않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사모펀드들의 만기도 돌아오고 있어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어피니티는 ICC가 풋옵션 권리를 인정해주자 "추후 절차를 진행해 풋옵션 거래를 종결시킬 예정"이라며 다시 가격 산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소송이라는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공정시장가치 산정에 선뜻 나설 회계법인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투자자 측의 의뢰로 진행한 가치평가 과정에서 회계사들이 기소된 것이 전례 없다는 점에서 회계업계에서도 큰 충격을 받았었다. 안진회계법인과 함께 어펄마캐피탈의 요청으로 가격 산정을 맡은 삼덕회계법인 역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의 한 회계사는 "고객사와 계약 시 회계법인들은 리스크를 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통상 이슈가 있는 계약에 대해서는 더 꼼꼼히 보게 되는데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엔 이 절차에서 승인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어피니티가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신규 투자자 유치다. 다만 매매 금액이 1조~2조원로 큰 데다가 FI와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장기간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진 않다.


반면 교보생명은 느긋하게 재판 결과와 어피니티 측의 대응 방안을 기다리면 되는 형국이다. 시간을 끌수록 교보생명엔 유리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재판정으로 서로 승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리를 챙긴 쪽은 교보생명"이라며 "교보생명은 형사재판 과정을 천천히 지켜보는 전략으로 갈 것이고, 마음이 급한 어피니티가 협상안을 제시하는 등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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