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의 한숨…"한국야구는 2군서 19세가 20대 중후반 상대해야…"

뉴스1       2021.09.15 11:46   수정 : 2021.09.15 11:46기사원문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화 이글스 리빌딩의 중책을 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새로운 환경에서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특히 유망주 육성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속내를 꺼내놓았다.

지난해 팀 역사상 최저 승률로 실망스러운 시간을 보낸 한화는 올해 리빌딩을 외치며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다.

수베로 감독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다수의 마이너리그 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유망주 발굴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 구단 감독 시절엔 포수였던 켄리 잰슨의 투수 전향을 설득했다. 잰슨은 이후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 무대에서 수베로 감독의 유망주 육성은 생각만큼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 미국 야구와 한국 야구의 시스템과 저변의 차이 때문이다.

수베로 감독은 13일 취재진과 만나 "미국은 신인 선수들이 싱글A를 시작으로 더블A, 트리플A 단계를 밟는다. 반면 한국은 19세 선수가 2군에서 20대 중후반의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며 "어린 선수가 2군 무대에서 빨리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어린 선수들끼리 경쟁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고 기량도 향상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며 "고등학교 무대에서 최고 기량을 펼친 선수도 2군 경기에 나서면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과 격돌한다. 어린 선수들이 이들을 상대로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어린 선수들의 꺾인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서 꾸준하게 성장, 이제는 팀의 중심 타자로 거듭난 노시환(21)도 수베로 감독과 생각이 비슷하다. 노시환은 "나도 프로 1~2년차 때 많이 힘들었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삼진도 많이 당하면서 심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수베로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1군 출전 기회를 주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수베로 감독은 조한민, 박정현, 임종찬, 최인호, 유장혁 등 20대 초반의 야수들에게 100타석 이상씩 기회를 줬다.

수베로 감독도 미국과 한국 야구 시장의 차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KBO리그는 육성이 쉽지 않은 리그다. 2~3단계 레벨을 나누면 해결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정신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수베로 감독은 "주변에서 코칭스태프가 조언은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 스스로 자신의 기록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2군에 내려가면 성적에 대한 부담보다 성장이라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코칭스태프가 아무리 도와줘도 선수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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