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깊어지는 대리기사 "4단계 이후 수입 반의 반토막"

파이낸셜뉴스       2021.09.29 18:04   수정 : 2021.09.29 18:46기사원문
손님 없어 콜 가격은 더 내려가고
앱 수수료 등 떼면 남는 것 없어
7만명 대리운전기사 있는 서울시
지원 약속했지만 근거마련도 못해

"수입이 거리두기 1~2단계에는 반토막, 4단계 장기화 후에는 반의 반토막이 났어요. 말도 못하게 곤란한 상황입니다.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네요." (대리기사 박상태씨(가명))

코로나19 장기화로 새벽 거리에 사람들 발길이 끊기자 대리운전기사(대리기사)들의 생활고도 깊어지고 있다. 대리기사들은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오후 10시 사적 모임 제한 장기화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이어져 온 생활고가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정작 대리기사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던 서울시는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위원회 구성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수수료·낮은 콜 가격…"남는 게 없다"

강화된 방역 조치로 저녁 모임이 줄어 박씨와 같은 대리기사들의 생활고도 장기화되고 있다. 대리기사 박상태씨(가명·54)의 하루 수입은 5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15만원선이던 하루 평균 수익은 저녁 모임 제한 방역지침 적용 이후 손님이 80% 이상 감소해 수입이 '반의 반토막'이 됐다. 그나마 발생하는 수익도 수수료를 떼면 남는 것이 없다. 박씨는 "대리기사들은 보통 콜 애플리케이션(앱)을 4~5개씩 사용하는데, 각 앱마다 매달 1만5000원에 달하는 이용료를 내야 한다"며 "선결제 시스템이라 1만원짜리 콜도 중개수수료 20%가 차감돼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8000원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대리 콜을 이용하는 손님이 없다 보니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불러도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을 태울 수밖에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대리기사 임수창씨(가명)는 "카카오콜 서비스는 손님이 자신의 목적지까지 원하는 요금을 쓰는 '요금 직접 입력' 서비스"라며 "이용자들이 택시비로도 2만원이 나오는 거리를 1만2000원에, 3만원은 받아야 하는 거리를 1만6000원에 콜을 불러도 거리에 손님이 없으니 일단 일을 하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관계자는 "경기·울산 등 타 지자체에서는 대리기사에 현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전국 최다수준인 7만여명의 대리기사가 모인 서울에서는 긴급생활자금 지원이 전혀 없어 서울시 측에 생계 지원을 마련을 촉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수급자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한 대리운전기사 2만2581명 중 42.8%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소득이 60% 이상 줄었고, 22.6%는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기사 지원 논의는 '지지부진'

서울시는 지난 6월까지 대리기사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이 되지 않아 관련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서울특별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재난상황에서 필수노동자를 지원할 근거를 마련했다.
대리기사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려면 먼저 '서울특별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 위원회'(위원회)에서 대리기사를 필수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제정한 상위법인 '필수업무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종사자법'에 명시된 위원회 구성인원 수가 조례와 달라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위원회 구성이 늦어졌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정부에서 대리기사를 필수업종으로 지정한 만큼 오는 10월 위원회가 구성되면 최대한 정부가 인정하는 업종들을 필수업종으로 지정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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