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있는 비트코인

파이낸셜뉴스       2021.10.06 14:34   수정 : 2021.10.06 14: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최근 가상자산과 비트코인(BTC)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지는 가운데 존재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이가장 먼저 떠오른 이유는 뭘까. 바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비트코인이 '꽃'이 되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자산은 완전히 새로운 자산 클래스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더 이상 비트코인에 국한되지 않는 주류로서 새로운 기업들, 새로운 기회들, 새로운 응용사례로 구성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현재 2조2200억달러(약 2600조원)에 달한다. 약 1년 반만에 10배 가량 증가했다.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의 시총은 1조달러(약 1200조원)에 이른다.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5위인 페이스북보다 많다.

1년 전만해도 비트코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인색하기 그지 없었다. 여전히 일부 '이상한 사람'들이 투자하는,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투기'라는 주장이 여전히 나오지만,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각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모든 재화의 가치는 수요에서 생긴다. 현재 굳건한 안전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금'도 따지고 보면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금이라는 돌덩어리에 가치를 부여한 것은 수요다. 예쁜 장신구를 만드는 데에 국한됐던 금의 수요는 현대 사회에 들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써 가치를 올렸고, 이제 사람들은 실물 금을 볼 필요 없이 투자수단으로 금을 대하게 됐다.

비트코인도 최근 들어 투자수요가 많아지며 가치를 높이고 있다. 달러와 달리 무한정 찍어낼 수 없고, 금처럼 채굴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명실상부한 '디지털 금'이 될 지 자산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이 발목을 잡지만, 금 또한 다른 자산에 비해 높은 변동성을 가진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1975년부터 2015년까지 금의 변동성은 S&P500, 미국 단기국채, 미국 장기국채 연 수익률 표준편차보다 높았다. 높은 변동성만으로 비트코인을 깎아 내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연초 급격히 오르던 시세가 결국 폭락으로 이어졌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차곡 차곡 다시 가치를 쌓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선 곧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올 분위기다. 이더리움(ETH), 테더(USDT), 리플(XRP) 등 비트코인과는 또 다른 형태로 이전에는 없던 가치를 만드는 가상자산들도 각광받고 있다. '비트코인은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는 여전한 일각의 주장이 조만간 고릿적 얘기가 될 것이란 강한 확신이 드는 때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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