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채권으로 '머니무브'.. 역대급 순매수 몰렸다

파이낸셜뉴스       2021.10.11 17:53   수정 : 2021.10.11 18:28기사원문
국내 투자자 안전자산 선호
채권값 하락에 3분기 5억弗 매수
이달에만 7000만弗 규모 사들여
강달러도 한몫… 투자 이어질 듯

국내투자자의 3·4분기 미국 채권시장 투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을 향한 수요와 투자 다변화를 꾀하려는 의지가 맞물리면서 선진시장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국내투자자의 미국 채권 순매수 규모는 5억1375만달러(약 6144억원)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분기 사상 역대 최대치다. 분기별 미국 채권 순매수액이 5억달러를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최고치였던 지난 1·4분기(3억7758만달러)보다도 36%나 급증한 수치다.

국내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도 지난 7일까지 6819만달러 규모의 미국 채권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호황 및 '제로(0) 금리' 기조 속 채권 가격이 크게 오르자 2020년 전 분기에 걸쳐 미국 채권 총 5억4300만달러(약 6489억원)어치를 내다팔고 차익실현에 나섰던 모습과 크게 대조된다.

국내 자금이 미국 채권시장으로 향하기 시작한 건 안전자산을 향한 선호도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국내를 비롯한 신흥국이나 주식시장보다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 채권 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 3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매수액은 전날 20만달러에서 하루 만에 7만% 이상 폭증한 1억4500만달러(약 1738억원)를 기록했다. 전날인 2일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당시 다우존스 집계 예상치는 물론 전월 수치(60.6)도 밑도는 등 6개월 만에 최저치(59.5)를 기록,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세 둔화 공포가 불거지면서다.

이에 8월 평균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최저치보다 약 60bp(1bp=0.01%p)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중 일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같은 날 매도액은 전날보다 약 98% 쪼그라든 50만달러(약 6억원)에 불과했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해질수록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점도 미국 채권시장 투자 유입세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올해 1·4분기 국내외 장기물 금리가 모두 오르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2·4분기엔 금리가 다시 빠지자 순매도로 전환했을 것"이라며 "3·4분기엔 다시 장기채 금리가 뛰고 환율이 오르자 미국 채권을 사볼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박사는 "미 국채 금리가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보다 낮은 건 사실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금리와 환율을 종합해 비교했을 때 차익을 거둘 수 있단 투심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 기관들이 투자처 다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한몫했다. 해외 채권시장의 경우 개인 접근성이 매우 낮은 만큼 투자자 대부분이 기관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운용자산 규모가 늘면서 국내 투자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졌단 설명이다.

이한구 박사는 "과거에 비해 국내 자산운용 규모 자체가 증가하다보니 국내 주식·채권투자만으론 이익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수익 증대 및 위험관리 목적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눈을 돌리게 된 영향이 커 보인다"며 "지역으로 치면 미국, 특히 그 중에서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 투자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이외 선진시장인 유럽(유로) 채권시장을 향한 국내투자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결과 올해 3·4분기 국내투자자의 유로시장 내 채권 순매수 규모는 11억7276만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14% 급증한 수준이다.

jo@fnnews.com 조윤진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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