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몫 아우몫 세금 따로' 상속세 개편 탄력…센 세율 낮춰질까

뉴스1       2021.10.24 05:30   수정 : 2021.10.24 05:30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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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반곡동에 위치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모습. /뉴스1DB


지난 21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감사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1/뉴스1DB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정부와 국회가 상속세 개편을 본격화한다. 1950년 상속세법 제정 이후 변함없던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고, 20년 넘게 유지돼 온 상속세율 및 과세표준 완화 여부가 논의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24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재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상속세 개편 관련 연구용역 최종 결과보고서를 조만간 건네받고 11월 초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열리기 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상속세 체계에 대한 개편 논의는 지난 2019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 권고로 시동이 걸렸다. 상속 총액에 일괄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대신 개인 상속 취득액에 따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바꾸라는 주문이다.

지난해에는 사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유산과 상속세가 공개된 후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영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 논의가 탄력을 받는 듯했다.

이후 국회 차원에서 상속세 개정법안을 쏟아냈지만 논의엔 소극적이었다.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자 국회는 주무부처인 기재부에 상속세 전반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3월 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다.

이 연구용역은 이르면 이번 주에 최종보고서로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또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현행 유산세 중심의 상속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1일 열린 기재위 국감에서 "응능부담의 원칙(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에 따라 유산취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많다"며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상속세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초쯤 국회에 제출되는 용역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 부총리가 유산취득세 변경 검토 계획을 밝힌 만큼 이를 포함해 상속세율 및 과세표준 조정, 가업상속공제제도 개편에 관한 여러 방안이 들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산취득세는 쉽게 말해 재산을 많이 물려받으면 세금을 많이 내고, 물려받은 재산이 적으면 그만큼 세금도 적게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망한 아버지(피상속인)가 30억원의 유산을 3명의 자식(상속인)에게 남겼을 경우 현행 유산세를 적용하면 상속세율이 40%여서 12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반면 유산취득세인 경우 상속인이 각각 10억원씩 나눠 갖는다면 세율이 30%로 떨어져 3억원씩 총 9억원이 부과된다. 상속세는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의 세율로 과세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속받는 재산만큼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게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선진국들은 이런 이유로 유산취득세 방식을 주로 채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국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19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인 국가는 한국과 미국, 영국, 헝가리 등 4개국뿐이다.

22년간 변함없는 상속세 최고세율 완화 여부도 관심사다. 1999년 개정된 현행 상속세는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 재산에 50%의 최고세율을 적용한다. 경영권이 있는 최대주주 지분을 상속할 때는 10~30%의 할증률이 적용돼 최고 세율은 65%까지 높아진다.

그동안 국민소득은 2.7배 올랐는데 이 기준은 20년 넘게 그대로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과세표준액이 낮고,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기업경영에 부담이 크다며 세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법안 대부분이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낮추거나 가업상속공제 적용 범위 확대, 상속인 요건 및 사후관리의무 완화 등을 담은 내용이다.

상속세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상속세 완화로 세수가 줄어들뿐만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부(富)의 대물림만 돕는 일종의 '부자 감세'라는 반발이 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 엄격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과 세계적으로 너무 엄한 편이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시에 제기되는 민감한 문제"라며 "실현 가능성, 사회적 수용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그러면서 "자산 불평등으로 너무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상속세율 자체를 완화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며 "상속세율 및 과표구간 조정에 대해서는 정부로서는 굉장히 신중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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