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좌우하는 택지비 현실화 빠져… 공급 늘진 않을 것"

파이낸셜뉴스       2021.11.08 18:13   수정 : 2021.11.08 18:13기사원문
지자체 과도한 재량권 줄여
인정항목·심사기준 구체화
사업자 예측 가능성 높였지만 분양시장 활성화엔 물음표

정부가 8일 분양가상한제 심사기준을 구체화하면서 '고무줄 잣대'인 각 지자체의 분상제 산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분양가 심사과정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뚝 끊긴 민간의 주택공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시장에선 사업성 개선의 핵심인 택지비 현실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분양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반응이다.

■'들쭉날쭉' 지자체 기준 손질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분상제 개편안은 지자체마다 조정기준이 제각각인 분양가 인정항목과 심사방식을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분상제 심의과정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재량권을 축소하고 사업 주체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금액은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의 합에 택지비·공사비에 대한 각각의 가산비를 더해 결정된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분양가로 인정해주는 가산비 항목과 심사방식이 들쭉날쭉해 지자체와 사업 주체 간 분쟁이 발생했고, 결국 분양이 지연되는 문제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사업 주체가 산출·제시한 가산 공사비를 인정해주는 비율이 지자체에 따라 50~87%까지 제각각이고, 법정 초과 복리시설 설치비용을 인정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동안 민간 업계는 지자체마다 분양가 인정항목, 심사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택지비 평가과정에서 조합운영비, 이주비 등 실질적인 소요비용이 반영되도록 택지비 평가기준 합리화를 요청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지자체 분양가상한제 심사자료 95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매뉴얼 제·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분양 숨통 기대하지만…

국토부는 새 분양가 개편안이 시행되면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심사기준이 구체화되면서 분양가 심사과정의 예측가능성이 크게 제고돼 민간의 주택공급이 촉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 분양가상한제 대상지역에서 연내 분양을 계획 중이거나 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아파트는 23개 단지, 총 2만7000여가구에 달한다. 일반 분양만 5000가구에 육박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비롯해 서초구 방배5구역,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 등 주요 아파트단지들이 분양가 문제 등으로 일반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민간 주택공급 저해요인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분양시장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지자체 고시를 통해 기본형 건축비를 임의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가 분양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공급의 숨통을 조금 틔우는 측면이 있지만 공급이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실제 분양을 앞당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간이 요구한 분양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택지비 현실화는 이번 대상에서 제외됐다.
오학우 하나감정평가법인 본부장은 "기존에는 표준지가 적어 멀리 있는 지역의 아파트를 비교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를 개선한다고 택지비가 올라가는 것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택지비 산정에서 표준지 선정 개선 등은 민간 택지에서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향후 책정되는 분양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단정하기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사업성 개선을 위한 규제완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분양을 앞당기는 사업지는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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