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中농경민서 유래"…中언론, 네이처 논문 인용 황당 주장
뉴스1
2021.11.15 16:00
수정 : 2021.11.15 16:00기사원문
(서울=뉴스1) 최서영 기자 = 지난 1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는 "한국어가 9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지금의 중국 동북부에 살던 농경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등록된 가운데, 이를 중국의 한 언론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기원이 중국에서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기사는 "일본어, 한국어, 몽골어는 중국 북동부 시랴오강 유역에 있는 농부들과 유전적 및 언어학적 조상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북부에서 한국의 민무늬 토기를 발견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야요이 문화, 서 랴오허 지역의 청동시대 문화와 매우 유사한 점들을 발견했다"며 "범유라시아어(일본어, 한국어, 통구스어, 몽골어, 투르크어)의 기원은 중국 북부 초기 신석기시대 농경 문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기사가 언어의 기원을 연구한 논문을 마치 "중국이 한국어의 기원이자 뿌리"라고 오해할 수 있도록 전달했다는 점이다.
이 기사가 이 같은 주장을 한 근거로 사용된 '네이처' 논문은 독일과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10국 언어학자, 고고학자, 유전생물학자 41명이 참여한 논문으로, 한국외국어대의 이성하 교수와 안규동 박사, 동아대의 김재현 교수, 서울대의 매튜 콘테 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도 논문에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마티너 로비츠 박사는 해당 논문에서 "한국어가 투르크어, 몽골어, 일본어와 함께 9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지금의 중국 동북부에 살던 농경민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언어학과 고고학, 유전학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유럽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트랜스유라시아 어족이 신석기시대에 중국 랴오강 일대에서 기장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이주 결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의 공동 저자인 이성하 한국외대 교수는 1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논문의 핵심은 트랜스유라시아어족의 뿌리가 초기 신석기시대인 약 9000년 전 중국 랴오허강(요하) 일대에서 기장 농사를 짓던 경작인들의 언어였다는 점"이라며 "이 논문에서 설명한 중국 북동부는 약 1만 년 전 지역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 지역을 마치 중국 자체라고 해석하는 것은 유치원생 정도의 생각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성하 교수는 또 "당시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쉽게 말해 '이란'의 북동부와 서부 지역을 기독교의 시작으로 본다고 해서 모든 기독교인을 '이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언론의 보도를 보고 "역시 우주의 기원은 철령(톄링)", "그래서 티베트어 영화를 보면 한국어처럼 들리더라", "중국이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언어나 문화는 인접한 지역을 기반으로 전파될 수 있는 속성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이용해 인접 국가의 언어와 문화, 역사를 모두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경덕 교수는 "최근 들어 중국에서 김치와 한복 등 한국 문화를 자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일이 흔한데, 이제는 한국어까지 너무나 쉽게 '중국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중국 누리꾼들이 비판과 자정 능력을 길러 주변국과 관련한 일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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