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전쟁? 갑의 논리냐" 고민정 발언에 뿔난 모교 학생들
2021.11.19 07:20
수정 : 2021.11.19 10:08기사원문
모교인 경희대 국제 캠퍼스(옛 수원 캠퍼스)를 ‘분교’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교를 평가 절하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해명했으나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고 의원이 “‘을들의 전쟁’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는 발언에 대해 “갑의 논리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8일 경희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SNS 등에는 고 의원의 해명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비판하는 재학생·졸업생의 글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을의 전쟁’이라는 표현에 너무 화난다”며 “결국 고민정도 갑의 논리에 취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부조리한 학벌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아나운서와 국회의원이 됐다고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정과 정의는 눈을 씻고 봐도 없고, 자기들끼리 단감은 다 따먹는 갑의 논리로 우리를 ‘을’로 칭하는 고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게 참”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자신을 국제캠퍼스 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캠퍼스 이원화 문제는 국제 캠퍼스 학생들에게 예민한 문제인데, 인식 개선을 위한 몇 년간의 노력이 (고 의원 탓에) 물거품이 됐다”며 “잘못된 사실 전달을 제대로 바로잡고 사과하는 게 먼저가 아니라 억울하다는 듯한 반응이 먼저인 해명조차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생은 “자신의 정치적 스토리텔링을 위해 국제 캠퍼스를 분교로 폄하하고, 심지어 블라인드 채용법이 없으면 취직도 못 하는 바보로 만들었다”며 “아직도 분교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불씨를 키웠다.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어? 국제 캠퍼스는 분교구나’하고 여길 것”이라고 했다.
앞서 고 의원은 지난 13일 페북에 ‘블라인드 채용법’ 발의를 예고하면서 과거 KBS 아나운서로 입사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저는 당시 분교였던 경희대 수원 캠퍼스를 졸업했지만, 이 제도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언급했고 해당 발언은 동문들의 반발을 샀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면접 대상들의 출신 학교를 지우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블라인드 채용 확대를 지지하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이도 있었으나, 국제 캠퍼스로 개편된 현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후 고 의원은 원문에서 ‘분교’ 내용을 삭제하고 “당시 경희대 수원캠퍼스를 졸업했지만”이라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자 고 의원은 재차 글을 올려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난 15일 쓴 글에서 “모교 평가절하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당시 겪은 현실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고, 사실을 기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저뿐만 아니라 꽤 많은 선후배가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현실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을들의 전쟁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지방이든 서울이든 해외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함에도 우리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해 계속 서로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재학생들의 말처럼 국제캠퍼스의 위상이 예전과 달라졌다면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