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진행되는 아시아 군비경쟁 전쟁 위험 높인다-CNN
뉴시스
2021.11.22 08:06
수정 : 2021.11.22 08:06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전략경쟁하는 미국과 중국 군비 경쟁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일본,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의 군비확충 빨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아시아 각국에서 군비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소리없이 진행중이며 이는 이미 진행중인 국경분쟁 등으로 인한 갈등이 자칫 무력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크게 만들고 있다고 미 CNN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아시아의 경우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커지는데 대비하기 위해 빠르게 군비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인도가 중국과 히말라야 국경 지역에서 충돌한 뒤 군비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는 다시 인도의 오랜 라이벌 국가인 파키스탄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갈수록 강해지는 중국에 맞서 이 지역 국가들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이 전에 없이 고조되면서 양국의 군비 증강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 지역이 "안보 딜레머"에 사로잡히면서 "주요국들 사이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호주의 전략정책연구소 맬컴 데이비스 선임 분석가가 지적했다.
군비증강이 가장 빠르게 진행중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이미 세계 최대규모의 해군력과 첨단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핵전력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중국군의 현대화는 아직 시작단계일 뿐이다. 중국 국방비는 올해 2000억달러(약 238조원)을 넘었다. 아직 7400억달러(약 881조원)에 달하는 미국보다는 크게 적지만 인민해방군은 미국 군대와의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최근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시험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외 입장도 갈수록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7월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최근 몇 년 새 사소한 중국 공격에도 격하게 반응하는 전랑(戰狼)외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한국, 일본, 필리핀과의 동맹을 토대로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나라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미국 우선정책을 강조한 뒤부터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신뢰가 약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래 인도태평양 중시를 강조했지만 2024년 트럼프가 재선할 가능성이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등은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유사시에 스스로 대비해야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중국의 위협 증대에 대비해 가장 빠르게 군비를 확장하는 국가가 일본과 한국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방비 예산을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했다. 현 국방비를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언제까지라고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이 북한과 중국의 안보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내년중 오키나와 열도에 추가로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또 F-35 전투기 구매와 라이센스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이를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항공모함도 갖추고 있다. 자위대는 첨단 잠수함과 구축함, 스텔스 전투기를 늘리고 있다.
북한의 잦은 미사일 시험에 맞서 한국도 빠르게 군비를 늘리고 있다. 한국의 군비확장은 동맹국 미국에 덜 의지하려는 의지도 배경이 되고 있다.
남북한의 미사일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1979년 시작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리면서 한국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군비확충에 더욱 적극적이 됐다. 한국은 또 2033년 첫 항공모함 보유를 추진중이다.
한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은 양국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스위스 웹스터대학교의 인도태평양 지역 전문가 리오넬 패튼은 "일본의 일부 우파 정치인들이 '한국을 보라. 제대로 된 항공모함을 가지려 한다. 우리도 가져야 한다. 이는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는 지난 9월 미국, 영국과 오커스(AUKUS) 동맹 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크게 강화했다. 이를 계기로 호주는 미국의 지원 아래 핵잠수함을 보유하기로 함으로써 남중국해까지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도 군비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6월 1250억달러(약 149조원) 규모의 군비투자를 공언했고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에 대한 해군 순찰을 늘렸다.
필리핀과 베트남의 군비확충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베트남 군사전문가 응우엔은 예산 부족과 일부 군대 부패 문제로 베트남 군비현대화가 사실상 멈췄다고 주장했으며 필리핀의 델핀 로렌사나 국방장관은 지난 9월 미국이 첨단 무기 제공을 중단했다고 비난했다.
데이비스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강해지면서 분쟁 회피를 위한 현상유지를 선호해온 동남아 각국들이 갈수록 군사적으로 민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상황 이외에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이 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적 대치상황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 군대가 갈완계곡에서 충돌해 20여명이 숨졌다. 중국은 이 지역이 신장지역에 속한다면서, 인도는 라다크지역에 속한다면서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양국이 국경지대 군대를 증강하고 있다는 미확인 보도가 여러차례 이어졌다.
인도의 국방비는 720억달러(약 85조7000억원)에 달하며 현역 군인이 300만명으로 세계에서 3번째 규모다. 인도는 자국에서 제조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도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의 군비확충은 아직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인도와 수십년 동안 국경분쟁을 격고 있는 파키스탄이 우려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군비확충이 미국의 아태지역 군사활동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몇 년 사이 아태지역 군사력을 증강해왔다. 남중국해 중국 점유 도서 인근 지역에서 항행자유작전을 자주 실시하고 있으며 전함을 대만해협을 통과시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F-22 전투기 20여대를 괌기지에 파견해 훈련을 실시했으며 최초로 F-35 전투기를 탑재하는 칼빈슨 항공모함이 지난 9월 일본 자위대와 남중국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런 모든 상황들은 아시아에서의 군비 강화 움직임이 전혀 완화할 조짐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판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군비경쟁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1930년대 유럽의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기르피스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피터 레이튼 객원 연구원은 아시아 주요국들 사이의 전쟁 가능성이 향후 10년 동안 커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국과 아시아 경쟁국들 및 미국 사이의 경제적 연관성이 군사행동을 억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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