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여기까지"…이준석 잠적에 '윤석열 선대위' 내홍 격화

      2021.12.01 05:20   수정 : 2021.12.01 09:37기사원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11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행보가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을 두고 '이준석 패싱' 논란이 확산하자 공식일정은 전면 취소하고 잠적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발생한 윤 후보 측과의 갈등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2030세대의 많은 지지를 받는 만큼 이 대표의 이번 행보가 윤 후보의 대선가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11월30일) 오전 9시로 예정된 언론사 포럼 참석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이후 당대표실은 이날 하루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해 1시간쯤 머물렀고, 그 뒤로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항간에서 이 대표가 연천 모처로 이동했다는 정보도 돌았지만 잘못된 정보였고 이 대표는 부산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해공항에서 KBS에 포착된 이 대표는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등과 만났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저녁 강대식·김용판·김승수·엄태영·유상범 의원 등 초선 의원 5명과 술자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임은 화기애애했으며, 이 대표는 적지 않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술자리 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번에 걸쳐 메시지를 올렸다. 첫 번째는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란 메시지이고, 약 50분 후 '^_^p'라는 이모티콘도 올렸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는데, 다음날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잠적하면서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적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당 대표로서 공식 일정을 취소한 만큼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윤 후보 측과의 갈등으로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선대위 구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윤 후보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갈등설이 불거졌다.

여기에 각종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떠올랐다.

이 대표는 당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으로 하는 선대위를 주장했지만, 윤 후보 측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결국 이에 대한 거부감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는 사실상 불발됐고, 윤 후보 선대위는 김병준 위원장 체제로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이 대표가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2030세대, 특히 남성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 이 대표는 '페미니스트' 학자로 분류되는 이 교수 영입이 이들 세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아울러 윤 후보의 충청지역 방문 일정과 관련해 선대위에서 '이 대표의 동행 사실'을 발표한 것 역시 이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의 충청 일정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선대위와 관련해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의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만남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후보 최측근 인사인 권성동 당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공식 일정 취소를 알리자 노원구 소재 이 대표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권 사무총장은 "(윤 후보가) 대표를 직접 만나뵙고 왜 그러시는지 이유를 듣고 오라고 지시하셨다"고 밝혔고 윤 후보는 같은 날 충청지역 일정을 소화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잠적한) 이유를 파악해보고 한번 만나보라고 사무총장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윤 후보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위원장에 이어 이 대표까지 선대위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윤 후보 개인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은 물론 선대위 내홍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2030세대와 소통할 적임자로 이 대표가 꼽혀왔던 만큼 당장 이들 세대의 불만을 잠재우는 일에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 간 갈등으로 계파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태흠 의원은 "대선 후보, 당 대표, 선대위 핵심 인사들 왜 이러냐"고 꼬집었다.
대선 경선을 뛰었던 하태경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대선 승리 필승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의원은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건가"라며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소통플랫폼 '청년의꿈'에서 "당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이 돼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설쳐서 대선캠프가 잡탕이 됐다"고 선대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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