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범이 여관에 버린 담배꽁초'…12년만에 DNA 주인 찾았다
뉴스1
2021.12.10 05:01
수정 : 2021.12.10 08:57기사원문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언제 발각될까 두려웠는데, 이제 속이 후련합니다.”
지난달 11일 A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 심리로 열렸다.
A씨는 '내연녀 성폭행 사건'과 '전주 여관 강간 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A씨는 내연녀를 수년간 협박하고 성폭행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12년전 미제 사건이었던 '전주 여관 강간 사건'에 대해서는 줄곧 혐의를 부인했었다.
하지만 A씨는 이날 법정에서 돌연 '여관 강간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사과정에서는 이미 범행현장의 담배꽁초에서 검출된 DNA가 A씨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12년만에 확인돼 경찰의 추궁이 계속돼 왔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12년 전 일이 뒤늦게 발각돼 당황스러워서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했다”면서 “오래된 일이라 혐의를 부인할 수 있었지만 피해자가 법정에서 나와 진술한다면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기로 했다”며 자백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죽을 죄를 저질렀다. 죗값 받겠다. 피해자께 죄송하고 많이 반성 하겠다”고 말했다.
◇"남편한테 알린다" 내연녀 수년간 협박하고 성폭행
A씨는 내연녀를 수년간 협박하고 성폭행까지 한 혐의로 지난 5월 말 경찰에 붙잡혔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지인을 통해 B씨를 알게 됐고 이후 만남을 지속했다. 하지만 2019년 3월 B씨는 갑자기 A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헤어지자는 요구에 A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A씨는 “남편에게 우리 사이를 알리겠다”고 B씨를 협박했다.
협박은 한 동안은 통했다. 하지만 도저히 만남을 지속할 수 없었던 B씨는 지난 5월, A씨의 연락을 무시했다.
연락이 두절되자 A씨의 협박은 더욱 심해졌다.“만나주지 않으면 직접 찾아 가겠다”는 노골적인 협박도 이어졌다. 견디다 못한 B씨는 결국 5월21일, "모텔에서 만나자"는 A씨의 요구를 들어줬다.
당시 A씨는 모텔에 들어온 B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휴대폰과 옷 등을 빼앗은 뒤 다시 만나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B씨가 계속 헤어지자고 하자 A씨는 C씨를 강제로 침대에 눕힌 뒤 성폭행했다.
B씨의 신고로 A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범행 현장 떨어진 담배꽁초” 12년만에 범인 지목
A씨를 검거한 경찰은 DNA법에 따라 A씨의 구강 내에서 DNA를 채취했다. DNA법은 특정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경우 DNA 정보를 국과수에서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과수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A씨의 DNA를 보관하기에 앞서 기존전 저장된 DNA와 대조했고, 그 결과 12년 전주의 한 여관에서 발생한 강간 사건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국과수는 해당 경찰서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A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주거침입 강간)혐의를 추가했다.
'전주 여관 강간 사건'은 지난 2009년 6월16일 오전 5시20분께 발생했다.
당시 범인은 전북 전주의 여관 화장실 창문을 통해 객실에 침입, 잠을 자고 있던 20대 여성 C씨를 성폭행했다. 범행 과정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끔찍했다. 가학적인 수법으로 C씨를 성폭행한 범인은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난항에 빠졌다. 범인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C씨의 얼굴을 이불로 덮었기 때문이다.
단서는 범인이 현장에 버리고 간 담배꽁초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담배꽁초 하나만으로는 범인을 잡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영원히 묻힐 것 같았던 이 사건을 해결한 것은 결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던 담배꽁초였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음에도 A씨는 '전주 여관 강간 사건' 범행에 대해선 줄곧 부인했다. 하지만 결국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말았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는 지난 2일 강간치상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헤어지자고 말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폭행하고 강간한 피고인의 범행은 위법성 정도가 매우 중하다”며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범행 역시 매우 가학적이고 변태적이어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두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아직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다”며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 등 여러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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