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같은 박정음의 은퇴 "열심히 했기에 후회도 없다"

뉴스1       2021.12.19 05:01   수정 : 2021.12.19 05:01기사원문

박정음(왼쪽)은 2021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했다. 2019.10.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정음은 늘 최선을 다했다. 2021.4.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성실하고 근성 있는 플레이로 키움 히어로즈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박정음(32)이 조용히 현역에서 은퇴했다.

1989년생으로 한창 선수로 뛸 나이기에 아쉬움이 남을 법하지만, 자신은 그동안 정말 열심히 뛰었기 때문에 미련 없다고 했다.

키움은 지난 15일 2022시즌 1·2군 코칭스태프 명단을 발표했다. 1군에선 김일경 수비코치와 박재상 작전 및 주루 코치가 새롭게 영입됐는데 눈에 띄는 이름은 2군 코치였다. 2021시즌까지 현역으로 뛰었던 박정음과 문찬종이 각각 2군 작전 및 주루코치, 재활 및 잔류군 야수코치로 임명됐다.

박정음의 은퇴는 다소 놀라웠다. 백업 외야수인 그는 대수비와 대주자로 나름 팀 기여도가 높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선 7회초 대주자로 나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추가 득점을 올렸고, 7회말에는 양석환의 장타를 펜스에 몸을 부딪치며 잡아내 팀의 7-4 승리에 일조했다.

그 경기가 선수 박정음의 마지막 공식전이 됐다. 팬들에게 제대로 은퇴 인사도 건네지 못했다. 오프시즌 구단이 박정음에게 코치직을 제안했고 박정음은 그 '기회'를 주저 없이 잡았다.

박정음은 "사실 팀 내 좋은 외야수가 많아지면서 내가 뛸 자리가 점점 없어지던 상황이었다. 전반기에는 26경기밖에 못 뛰었다. '이러다 시즌 후 방출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출전 기회가 줄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선수로서 미래가 불확실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은퇴 이후 삶을 고민해 왔다. 지난 7월 KBO리그 전반기가 조기 종료된 뒤에는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님의 도움을 받아 아마추어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즌 후 구단이 코치직을 제의했는데 하루 정도밖에 고민하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며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40순위로 넥센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박정음은 뒤늦게 꽃을 피웠다. 2016년 1군에 데뷔한 그는 98경기에 나가 타율 0.309 1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808로 활약했고, 신인상 투표에서 25점을 얻어 6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정음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다. 2017년 걸출한 신인 이정후가 합류했고, 이후에도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외야수 경쟁자가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그의 입지도 점점 좁아졌는데 올해는 타석에 불과 18차례만 섰다.

평범한 야구선수로 살아왔다는 박정음은 프로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코치까지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박정음은 "솔직히 내가 야구를 잘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항상 성실하게 하려고 했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얻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은퇴를 하게 됐지만 정말 열심히 했기에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 줄 몰랐다. 그래도 많은 관중이 오신 가운데, 즐겁게 야구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선수 박정음의 야구인생을 잘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정음은 10대 시절부터 힘든 훈련에도 늘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그런 행동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였다. 스스로 "내 성실함과 노력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고, 구단도 높이 평가해 지도자의 길을 권고했다. 지도자로 새 인생을 시작한 박정음도 선수들을 그렇게 지도할 계획이다.

그는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고 열심히 해야 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지도자로서 이제 걸음마 단계다. 퓨처스팀에서 많이 배워서 젊은 선수들과 같이 성장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키움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정음은 "팬들께서 나를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키움에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많이 지도하는 것이 팬들에게 보답하는 일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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