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합헌' 판결은 역사의 오점·차별적 결정" 시민단체, 헌재 비판

뉴스1       2021.12.23 17:30   수정 : 2021.12.23 17:33기사원문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이주노동자의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낸 시민단체들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고용허가제 헌법소원 추진모임'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권이 왜 이주노동자 앞에서 멈춰서는지, 왜 헌법적 가치인 직업선택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 평등권이 이주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지난해 3월 외국인 노동자 A씨 등 다섯명이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1항과 제4항 등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날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당시 A씨 등은 고용허가제가 인간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한 헌법 가치 등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앞서 2011년에도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제한 조항에 기각을 결정한 바 있다.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한 박영아 공감 변호사는 "2011년 결정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판결 내용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분명한 것은 헌재가 한국의 가장 열악한 일자리에서 가장 열악한 일을 하며 사업장이라도 옮기게 해달라는 이주노동자의 외침을 외면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언제까지, 얼마나 더 희생해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해 줄 것인가"라며 "이주노동자들은 해마다 강제노동으로 사망하고 한국인에 비해 산업재해 사망률이 3배 이상이나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갈 마무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오늘의 이 결정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현장에서 죽어라, 임금차별을 받으라는 것"이라며 "오늘의 판결과 재판관들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이 판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가 사업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겠나"며 "이 판결문은 한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가 고용허가제의 문제를 계속 지적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나온 점을 강하게 성토했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인종차별적 결정"이라며 "유엔의 분명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는 참담한 모습을 보여 국제사회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국정부가 ILO 핵심협약 중 강제노동에 대한 제29호를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노동을 인정하는 헌재 판결은 스스로 존재가치를 잃은 것"이라며 "시대착오적일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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