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구등대 항로표지관리소 김태영 주무관의 새해 소망
뉴스1
2022.01.02 07:12
수정 : 2022.01.02 07:12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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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뉴스1) 박진규 기자 = "2022년 새해에는 해상사고 없이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마음 편히 여행도 다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전남 해남군 화원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목포구등대에서 만난 김태영 항로표지관리소 주무관(44)의 새해 소망은 담담했다.
매일 떠오르고 지는 해를 보고 바다위의 배들을 지켜보는 게 일상이지만 2022년은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가 근무하는 목포구등대는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산하의 6개 유인등대 가운데 한 곳이다.
목포해수청이 관리하는 등대는 모두 390곳으로 이 중 유인등대는 목포구등대를 포함해 신안 홍도와 가거도, 진도의 하조도와 가사도, 완도 당사도에 위치한다.
목포구등대는 이 중 유일하게 육지에 있다.
이곳은 다도해 먼바다에서 목포항으로 들어오는 관문에 위치한다. 그래서 구등대의 구는 한자로 입구(口)자를 말한다.
해남 화원반도와 목포 달리도 섬 사이의 폭 600m 좁은 수로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바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무인등대로 시작했지만 선박의 증가와 대형화에 따라 1964년부터 직원이 상주하는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목포구등대는 대한제국말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진출을 위해 설치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목포해수청에서 이곳 등대를 2003년 12월9일 새로운 현대식 범선 형태의 등대로 탈바꿈했으며 전시실과 다양한 등대체험 시설도 갖추고 있다.
기존 등대는 2008년 7월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79호로 지정됐다.
김태영 주무관은 "목포에 위치한 해수청과 6곳 유인등대 모두 2년씩 순환근무한다"면서 "섬 근무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건이 나아져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동요 속에 나오는 외로운 '등대지기'는 이젠 옛말이 됐다"고 웃음지었다.
등대 사무실과 관사는 상수도와 전기, 인터넷은 물론 냉난방시설도 완비됐다. 여객선 왕래도 활발해 언제든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대학 졸업 무렵 "이런 일도 있으니 한번 해보라"는 지인의 권유로 항로표지관리원이란 직업에 관심을 갖고 시험을 준비해 입사했다.
해양수산직렬인 항로표지관리원 선발은 통상 결원이 발생시 충원하는 형태다.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영어와 전기, 정보통신 과목의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0대 1을 육박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김 주무관은 "예전엔 '등대지기'로 불렸으나 이는 일제시대의 비하 표현"이라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기도 안들어오는 열악한 여건에서 고생하는 직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입사 후 첫 발령지는 신안 가거도 등대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핸드폰도 안 터지고 인터넷도 위성을 통해 느린 속도로 연결돼 28살의 젊은 청년으로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는 생활이었다.
첫 1년간은 후회하며 직장을 바꿀까 고민을 거듭했다. 그럴 때마다 근무 외 시간에 산을 오르며 심란한 마음을 달랬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건 아쉽지만 조용하고 마음이 편하다"며 "독서 등 자기 계발할 시간도 많고, 자연스레 사람이 차분해진다"고 긍정적인 점을 부각했다.
또 "혼자 근무하니 직장 동료와 다툴 일도 업무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며 "다만 하루하루가 다 똑같다"고 웃어보였다.
현재 목포구등대에서의 생활은 3명이 8시간씩 3교대로 근무하며 한 달에 9일을 연속 쉬는 형태다.
주 업무는 등대 조명이 꺼지지 않게 관리하고 안개 등 기상 악화시에는 소리로 전파하는 무신호기 조작과 자동 원격 인식 신호 송수신이 가능한 시스템인 AIS 작동 등이다.
근무시 일기예보는 늘 확인한다. 바람이나 낙뢰로 정전되면 곧바로 예비전력을 가동하고 건물 10층 높이의 철탑까지 올라가 비바람 속에 등을 수리하기도 한다.
섬 지역 근무에는 주민들의 호출도 자주 받는다.
김 주무관은 "섬 주민 대다수가 고령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저희에게 보일러가 고장났거나 전등의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도와 달라고 연락온다"며 "그 정도는 큰 기술이 없어도 가능하기에 곧장 달려가 해결해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특히 정부가 해양문화공간으로 등대를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어 관광객 안내와 안전사고 예방도 중요한 임무가 됐다.
육지에 위치한 목포구등대는 접근성이 좋아 관광객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등대 지하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선박 운항과 3D로 소개되는 등대 역사 등의 체험관이 설치돼 인기를 끌고 있다.
김태영 주무관은 "새해에는 저희 가족을 포함해 국민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전국의 항로표지관리원들이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환하게 밝히는 등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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