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전의 마법사 전자전기(하)  

      2022.01.22 23:52   수정 : 2022.01.23 10: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EA-18G 그라울러, 모의 공중전에서 최계 최강의 스텔스기 F-22 랩터를 격추
미군의 핵심적인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의 공중전 능력은 강력한 전자전 재밍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

2007년 2월에 F-22A 랩터와 치른 모의 공중전에서 전자방해로 랩터의 레이더를 피해 접근하였고 F-22가 AIM-120을 발사했지만 전파방해로 미사일을 무력화시키고 CATM-120 훈련탄을 사용해 F-22를 격추했다.

2001년 900억달러의 비용이 투입된 EA-18G 그라울러 개발 사업은 2003년 12월에 미 해군이 보잉사와 EA-18G의 개발과 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3년간 지속적인 시험이 진행되었고 지난 2006년 8월 15일에 첫 비행에 성공한다. 2007년에는 미 국방성은 EA-18G의 초도 저율 생산(Low-Rate Initial Production)을 승인하였으며 2008년 테스트 비행을 마지막으로 2009년부터 미 해군 VAQ-129 Vikings 전자전기 조종사 양성 비행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전자전기의 공격 장비는 전투기와 적의 재밍 대상 레이더와의 거리에 따라 재밍 방법과 재밍 출력 세기가 매우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전자전기들이 먼 거리에서 적 방공망을 전자적으로 방해하는 스탠드 오브 재밍(Stand Off Jamming) 즉 원격지원재밍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반면 EA-18G 전자전기는 △'원격지원재밍'방식뿐만 아니라 △적진 깊숙이 침투해 근접해서 실시하는 '전방지원재밍' △'호위지원재밍'이 모두 가능하다. 즉 근거리·중거리·장거리 레이더 방공망 재밍이 가능하다.

다른 전자전기와 달리 AGM-88 함(HARM) 대레이더 미사일을 탑재하고 적 방공망 제압 및 파괴와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이 가능해 공중전까지 수행할 수 있다.

적의 통신을 교란이 가능해 이라크전 당시 EA-18G 전자전기는 통신방해장비를 활용, 휴대폰과 같은 통신장비를 기폭장치로 사용하는 급조폭발물의 폭발을 저지시키기도 했다. 다재다능한 현존 최강의 전자전기로 평가받는다.

EA-18G 그라울러, 핵심장비 ALQ-218(V)2·AN/ALQ-99F(V) 재밍 포드→ NGJ-MB로 진화 중
전자전 장비는 상대국 무기체계의 전파 정보를 알아야 방해전파를 효과적으로 방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는 장비를 개발한 국가의 첨단 감시, 정찰 능력이 모두 들어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장비다.​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에 들어간 ALQ-218(V)2 윙팁 리시버와 AN/ALQ-99F(V) 재밍 포드 등 장비는 실전을 바탕으로 한 축적된 노하우가 담겨있어 단순한 하드웨어만의 가치로 평가하기 어렵다.

하드웨어는 당대 미국의 최첨단 전자기술력이 집약되었을 뿐 아니라 탑재된 소프트웨어는 대외비가 담긴 정보의 집약체로 미국의 땀과 노력 희생이 축적돼있는 결정체로 평가된다.

첨예한 첩보·전자·사이버전 등에 의해 상대국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노출되면 일정 부분 무력화를 피할 수 없다.

이때문에 강한 신뢰와 보안에 대한 제도적 협약과 한 단계 높은 비교 우위·진입장벽 확보 없이는 자유진영 동맹국이라 해도 이러한 장비의 판매가 제한되는 이유로 해석된다.

현재까지 그라울러의 유일한 구매국인 호주는 전자전 포드에 대한 미국의 보안통제를 준수(위반 시 미국법을 적용받는다는 의미)하고 미군의 호주 주둔기지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전자전 항공기 장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차세대 전자전 포드 개발사업이 순항 중이다. 첨단 차세대 NGJ-MB(Next Generation Jammer-Mid Band)장비 개발 프로젝트에 박가를 가하고 있다. 호주도 NGJ개발에 자금을 투자한 공동개발국 지위를 가지고 있다.

미 해군에 의하면 이미 미국 메릴랜드 파툭센트리버 해군항공기지에서 차세대 전자전 장비, 통칭 'NGJ-MB' 비행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전자전기, 군의 소요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좌초 위기
우리 군이 전자전기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북한의 촘촘한 방공망 구축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의 방공망 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한 바 있다. 북한은 6·25 전쟁 중 공군력 붕괴로 막대한 공습 피해에 당한 공포의 트라우마가 있어 한미 연합 공군 전력 저지를 위해 평양 일대에 4중의 방공체계를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보유한 지대공미사일은 △SA-5(고고도), 사거리 150~300㎞ △SA-2(중·고고도) 사거리 45㎞ △SA-3(저·중고도) 사거리 3.5~35㎞의 지대공미사일 등이다. SA-5는 40여기, SA-2는 180여기, SA-3는 140여기의 발사대를 각 실전 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은 전방지역과 동서부지역에 SA-2, SA-5 등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하고 평양지역에는 SA-2와 SA-3 지대공 미사일, 고사포 등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북한의 기존 방공미사일 체계는 S-75(고고도용), S-200(중고도용), S-125(저고도용), SA-6(저고도용) 등 구소련 시절 생산된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지난해 10월 1일 북한매체는 보도를 통해 일명 ‘신형 반항공(反航空) 미사일’ 시험발사가 9월 30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동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로 러시아 S-400·500급의 이중 부스터 추진방식의 사거리 400~600㎞ 지대공미사일을 개발, 방공 미사일 전력을 강화 중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북한은 SA-7(최대사거리 3.7㎞), SA-16(4.5㎞) 등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단거리 자동추적 방식으로 전투기 등 표적에서 적외선을 감지해 추적한다. 평양지역과 최전방 전투부대에 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적외선 추적 유도탄은 탐색범위 내에서 가장 큰 적외선 신호를 추적, 항공기 대신 기만용 섬광을 쫓게 되지만 북한이 최근 2∼3년 사이에 실전배치한 중적외선 유도탄은 섬광탄에 속지 않고 계속 항공기를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시 이에 대응해 2019년부터 진행 중이던 국산 전자전기 개발사업은 2020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실시한 소요분석 결과, 한반도 유사시 전장에서 전자전기의 효용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와 군의 소요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전기가 없는 우리 군은 한미연합연습 때마다 미해공군의 전자전기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당시, 신형 백두정찰기인 백두 2차 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특수임무기 개발에 대한 기반이 마련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관련 기술 개발로 해외 시장을 바라보던 국내 방위산업계도 실망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이런 결과에 대해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전자전기, 재밍과 같은 소프트 킬 전력 확보에 인색하다"며 "전자전기는 현 정부가 진행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도 필수적인 무기체계'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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