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김치싸대기'…따라하면 벌금 나온다
뉴스1
2022.02.06 09:01
수정 : 2022.02.06 18:46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지난 2014년 방영된 MBC 아침드라마 '모두 다 김치'는 소위 '김치 싸대기'라는 역대급 명장면을 남겼다. 김치 사업을 하는 주인공 유하은(김지영 분)이 전 남편 임동준(원기준 분) 일당의 음모로 인해 '김치에 고무줄이 들어갔다'며 억울하게 누명을 쓰자 잔뜩 화가 난 유하은의 엄마 나은희(이효춘 분)가 예전 사위였던 임동준을 찾아가 김치로 뺨따귀를 날리는 장면이다.
동준"여기가 어디라고 여기를 오세요?"
은희"(봉지 김치를 들고 동준의 사무실을 찾아와) 네 놈이 이러고도 사람이야?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이 김치를 갖고 장난을 쳐?"
동준"어디 와서 행패예요!"
은희"내 딸이! 여태 바보라서 당했는지 알아? 이쪽에서 사람의 도리를 지키면 아무리 인간 같지 않은 놈이라도 언젠가는 그만두려니 해서 참아준 거야!"
동준"그 여자가 누구를 닮았나 했더니, 무식한 건 지 엄마하고 아주 똑같네, 그냥!"
은희"뭐야? (봉지에서 포기김치를 꺼내 동준 얼굴을 내리침) 그래! 나 무식하다! 이놈아! 어쩔래?!"
'김치 싸대기'에 이어 '파스타 싸대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2015년 MBC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과 2017년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를 보면 접시에 담긴 파스타를 상대방 얼굴에 확 끼얹는 장면이 나온다. 덕분에 상대방은 파스타 면과 소스로 얼굴이 뒤범벅이 되는 수모를 당한다.
물이나 오렌지 주스를 끼얹는 장면이 식상해지자 2011년 MBC 주말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는 착한 주인공이 키위씨와 과육이 듬뿍 들어간 '키위 주스'를 얼굴에 맞기도 했다. 주인공의 비참함은 배가 됐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법무법인 '최선'의 박성진 변호사는 갖가지 음식물을 상대방에게 끼얹을 경우 되레 폭행죄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속이야 시원할 수 있겠지만 추후 법적 분쟁에 휘말려 힘들게 맘고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변호사는 "물이든, 주스든, 김치든, 파스타든, 어떤 종류의 음식을 폭행 수단으로 썼느냐에 따라 처벌 수위가 딱 정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며 "폭행의 동기나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피해 정도, 때린 사람의 폭행 전과 유무에 따라 처벌 수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두 다 김치'에서 은희의 김치를 세게 맞은 동준에게 아무런 상처가 생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은희의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된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박 변호사는 "동준의 피해가 크지 않았으므로 은희가 초범일 경우 통상 100만원 내외의 벌금을 내는 선에서 형량이 결정된다"면서 "은희가 동준의 치졸한 악행으로 인해 너무 화가 치밀어서 김치를 던졌다고 하소연한다면 판사가 은희의 형량을 결정할 때 어느 정도 감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희의 김치를 동준이 날렵하게 피해서 맞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은희가 단순히 동준을 '향해' 김치를 던진 것만으로도 유형력 행사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희에게 폭행 등의 전과가 있다거나 동준이 어쩌다 김치에 맞아 크게 다쳤을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은희가 가중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동준이 아파서 병원에 가봤더니 2주 이상의 진단이 나왔다면 '폭행 치상'에 해당된다. 은희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만일 3~4주 진단이 나온다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은희가 동준을 향해 칼, 포크 등의 '위험한 물건'을 던지는 경우에는 '특수폭행'에 해당돼 형량이 세진다.
박 변호사는 "김치가 꽝꽝 얼었거나 파스타가 주방에서 갓 나와 아주 뜨거운 상태라면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며 "죄명도 단순 폭행에서 '특수폭행'으로 바뀌고 형량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아니꼽더라도 은희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동준에게 합의금을 줘야 할 수도 있다.
박 변호사는 "단순 폭행의 경우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이므로 동준이 은희와 합의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은희가 처벌을 면할 수 있다"며 "그러나 특수 폭행은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둘이 합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은희는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실에서 '김치 싸대기' 한 방 날렸다가 폭행죄로 고소를 당하느니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폭행을 휘두르지 않는 게 법적 분쟁을 피하는 길이라고 박 변호사는 조언했다. 시비가 이는 상황에서 상대방과 말을 섞거나 반박할 경우 폭행 사건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말려들지 말고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만일 어쩔 수 없이 싸움에 연루될 경우에는 녹음이나 녹화를 해두는 것이 좋다. 지난해 한 가족 앞에서 40대 가장을 무차별 폭행한 20대 만취녀 사건은 한 사례다.
박 변호사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때리고도 거짓말을 꾸며내어 쌍방폭행으로 맞고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 측이 가해자의 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둔 덕분에 피해자가 억울하게 쌍방폭행으로 누명을 쓰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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