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학' 감독 "학폭은 현실…성착취물·출산신 불편했다면 죄송" ②

뉴스1       2022.02.07 13:48   수정 : 2022.02.07 14:00기사원문

이재규 감독/넷플릭스 © 뉴스1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넷플릭스 © 뉴스1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넷플릭스 © 뉴스1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넷플릭스 © 뉴스1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넷플릭스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해 전세계적인 신드롬을 양산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잇는 히트작이 탄생했다. 10대 좀비 열풍을 이끌고 있는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후 하루만에 전세계 넷플릭스 1위(플릭스패트롤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 10 TV프로그램 부문 집계 기준)에 오른 후 지난 6일까지 9일 연속으로 정상을 수성해오고 있다.

이재규 감독은 '킹덤' 시리즈에 이어 또 한 번 K좀비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교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순식간에 거대한 재난과 마주한 학생들의 고군분투가 회를 거듭할수록 극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기괴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비주얼은 물론, 빠른 속도의 좀비는 실감나게 구현됐고,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등 각 캐릭터를 뚜렷하게 보여준 학생 역의 배우들의 열연과 앙상블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하이틴 좀비 서바이벌이 탄생할 수 있었다. 빌런으로 활약한 유인수와 이유미는 강렬한 존재감으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하츠'를 성공시킨 MBC 출신 스타 PD이자 영화 '역린'과 '완벽한 타인'으로도 영화계에서 호평을 받은 연출자다. 이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는'의 글로벌 흥행에 대해 "신기하고 얼떨떨하다"며 "이렇게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한국형 디스토피아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감독은 "저는 그래도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쪽"이라며 "좀비보다 무서운 게 인간이라는 얘길 하지만 이기거나 헤쳐나갈 수 있는 희망도 인간에게 있다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규 감독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지금 우리 학교는'의 비화와 시즌2 를 향한 바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원작에서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이 미스터리하게 나왔지만, 원작과 달리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는 학교 폭력이 원인이 되어 개발된 바이러스로 나온다. 바이러스 시작부터 전반적으로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보다 부각시켰는데, 이렇게 연출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리 사회가 크고 작은 많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 (대중들이) 좀비물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지점도 있다. 연출자로서 대중들이 쉽고 재밌게 즐기면서도 (그 메시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진 못하더라도 그 밑에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극이 되길 바랐다. '지금 우리 학교는' 속 모습이 일반 사회와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도 어른성이 존재하고, 소년성도 존재한다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있냐, 아니냐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있다. (이런 폭력은) 비단 학교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모든 집단에서 벌어진다 생각한다. 그걸 다 보고 나면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봐주시길 바랐다.

-원작 웹툰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뒀는데, 어떤 기준을 두고 이야기를 확장해나갔나.

▶원작의 기본 골격, 큰 사건 흐름은 그대로 갖고 왔다.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티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극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대부분 갖고 왔지만 구체적인 사건, 캐릭터는 다른 것 같다. 큰 차이점은 바이러스 기원이다.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고 발생됐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서 안하려고 했는데 '인간으로부터 바이러스 기원이 됐고 그걸 막을 수 있는 이도 인간이지 않을까'를 던지면 조금 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했다.

-캠코더로 메시지를 담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와 연결되는 지점이 보이기도 하는데, 의도한 연출인가.

▶세월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참사도 그렇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났다.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사건 사고가 극에 녹아있다. 특정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극을 구성하려 한 건 아니다.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일이 왜 일어날까 들여다보려하는 관점들이 극에 담겨있다.

-극의 메인 빌런인 나연(이유미 분) 귀남(유인수 분) 역의 악랄함이 잘 구현됐지만, 원작보다 순화됐다는 반응도 많다. 원작에선 나연이가 선생님을 죽이고, 귀남이 죽은 선생님의 두피를 가면처럼 쓰는 잔인한 장면도 있었는데, 드라마화 과정에서 수위 조절을 한 것인가.

▶웹툰이 갈 수 있는 어떤 수위가 있고 영상물이 갈 수 있는 수위가 있는데 이를 그대로 영상물로 구현됐을 때 힘들 수 있겠다 생각했다. 시청자 분들이 우리 드라마를 쉽고 재밌게 즐기실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서 어느 정도 순화시키거나 그런 게 있다. 원작에선 나연, 귀남이가 훨씬 폭력적인 지점도 있다. 그게 원작의 미덕이기도 한다. 원작이 담아낸 목표점도 있지만 원작을 그대로 갖고 가긴 어려워서 순화하고 다듬은 게 있다.

-가족애와 인류애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시리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역할을 수행하길 바랐나.

▶어릴 때 보면 여름 휴가를 가면 청소년들이 물에 빠진 사건과 사고가 종종 일어났었다. 같은 반 학생들이 같이 뛰어들어서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많았다. 하지만 어른이 당하면 더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 때문에 다치는 사람의 숫자가 적다. 이런 걸 보면서 어떤 것이 옳은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벽에 부딪쳤다. 아이들이 아무 곳에 기댈 수 없는 상태, 희망을 잃은 상태에 노출됐을 때 아이들을 지키려는 이들은 평범한 소시민, 부모님이다. 이들은 본능적인 책임을 지려고 하는데 우린 대부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그런 책임으로부터 옅어진다. 국가가 책임지지 못한 건 엄마, 아빠는 하려고 한다는 걸 대비시켜서 보여주려 했다.

-도서관의 책장, 과학실의 드론, 체육관의 운동보호구 및 공 보관함 등 학교 내 각각의 장소마다 변하는 좀비액션신이 인상 깊었다. 연출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 나온 결과물에 만족하는지.

▶도서관신 촬영 때는 힘든, 여러가지 생각도 많아지고 두려움도 커진 시기였다. 전문 스태프들과 힘든 촬영 이어가며 용기를 얻었다. 많은 스태프들이 한 장면 위해 애쓰는 모습이 감명깊었고 배우들이 헌신적으로 임해줬다. 액션을 하다 보면 어린 배우들이 감정적인 부분을 놓치기 쉬운데 끝까지 놓치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해내줘서 고마웠다.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서 해낼 수 있었던 만족스러운 장면이었다. 특히 그 장면은 현장 편집 기사님을 초대해서 현장 편집을 하며 촬영을 했다. 바로바로 판단해야 할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장 편집 통해 자신감을 얻어갔고 재밌는 신이 되겠구나 했다.

-여학생 교복을 벗기고 성착취물을 찍거나 임신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장면 등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부각하는 연출을 고려해보진 않았는지.

▶우리 사회가 많은 비극이 일어나는데 비극을 단순하게 보여줘서 자극하고 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려던 것은 아니다. 은지(오혜수 분)를 보면 알겠지만 목숨보다도 자기가 당한 것이 노출되는 게 두려워서 죽는 한이 있어서라도 휴대전화를 없애려는 걸 보면 그게 피해자에게 얼마나 잔인한 행동인지 느꼈으면 좋겠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 설정값이 있어야 가능했다. 은지가 죽으려 하는 상황까지 만들려다 보니 이런 장면들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생각했다.
또 희수(이채은 분)와 같은 청소년들 중엔 젊은 미혼모들도 많고 원하지 않은 임신이 많은데 이건 모두 우리에게 일어나는 현실이다. 희수는 어떤 순간 아이를 버렸었는데 아이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열여덟 엄마가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전체적인 주제를 다했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분이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면 (연출의 책임이다). 원치 않게 과하게 전달됐거나 불편하게 다가갔다면 연출자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N인터뷰】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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