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병원 못가는 노숙인들
파이낸셜뉴스
2022.02.07 18:11
수정 : 2022.02.07 19:27기사원문
'노숙인 진료시설'만 가능한데 대부분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복지부 "실태조사후 제도 개선"
현행법상 노숙인은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의료기관에서만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시설 대부분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이에 관계 부처는 "실태조사 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7일 서울시,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노숙인들의 의료공백이 심화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노숙인·쪽방주민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 및 정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노숙인 118명 중 33.9%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건강검진 중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급실을 바로 이용하지 못하거나 입원 지체를 경험한 노숙인의 비율도 각각 36.4%, 47.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법으로 지정된 '노숙인 진료시설' 다수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노숙인들이 치료받을 곳이 줄어든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노숙인 진료시설(약국 제외)은 2월 기준 40곳이다. 이중 보건소와 무료 진료소를 제외한 노숙인 전담병원은 11곳이다. 정신과 진료 전문병원과 감염병 전담병원을 제외하면 홈리스들이 응급·입원·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시립보라매병원 등 2곳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응급실 이용이 가능한 곳은 시립보라매병원과 홍익병원이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구급대가 출동하면 가까운 응급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노숙인의 경우 병원이 한정돼 있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는 의료급여를 통해 노숙인 진료를 제도권으로 들이겠다는 취지에서 노숙인 복지법을 시행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원 대부분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의료 취약계층인 노숙인들이 의료공백으로 내몰린 상황에 놓인 셈이다.
안 활동가는 "감염병 상황에서 노숙자들의 의료 선택지가 되레 좁아지면서 평등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숙인 진료시설인 시립 동부병원에서 암 소견을 받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했던 노숙인 A씨는 병원이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해 기존 병상을 비우면서 치료가 무한정 지연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실태 조사 후 개선 나설 것"
서울시는 홈리스의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2020년 말 보건복지부 측에 별도의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절차 없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노숙인 진료가 가능토록 개선하는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진척은 없어 노숙인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건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지정 절차를 해제할 경우 일선 병원에서 노숙인의 진료를 거절할 우려가 있어서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 중에서도 일부 노숙인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했다.
이에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일 내에 노숙인 진료시설에 관한 이용 실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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