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16일 우크라 침공설… 바이든-푸틴 핫라인에도 입장차

파이낸셜뉴스       2022.02.13 19:05   수정 : 2022.02.13 20:04기사원문
美백악관 침공 우려 속 정상 통화
러, 벨라루스와 합동 훈련하면서
"침공 의도는 없다" 거듭 부인
서방 각국, 자민국에 철수 요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1시간 넘게 전화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두 정상간 통화는 오는 16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백악관의 우려속에서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 전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자로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먼저 전화 통화를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며 적극적인 대화를 중재한 바 있지만 러시아 측 성명으로 중재가 큰 성과가 없었음이 확인된 바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백악관 발표를 인용해 이날 미·러 정상 간 전화통화가 동부시각으로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시작돼 1시간 넘게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은 대통령 별장이 있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푸틴과 전화를 했다.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이 최악의 사태, 전쟁 발발을 대비해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미 대사관 철수를 결정하고, 각국이 자국 시민들 소개령을 내린 가운데 정상 통화가 이뤄졌다.

■러시아 "침공 의도 없어" 거듭부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부(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10만여 병력을 배치했고,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에서는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시작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의도는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대규모 군사훈련은 훈련 병력이 그대로 침공군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러시아의 의도에 의혹이 높아지고 있지만 러시아는 그럴 의도는 없다며 거듭 부인하고 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간단한 통보만으로 침공에 나설 수 있을 만큼 우크라이나 주변에 충분한 병력을 배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정상 간 전화통화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 주장이라는 도발적 의심"에 관한 것이었다며 침공계획은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러시아 측 설명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금지하고, 동유럽에서 나토군을 철수하라는 러시아의 요구에 대해 만족할 만큼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대대적인 경제제재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전이 발발할 경우 미군이 참전하지는 않겠지만 동맹들과 함께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양국 정상 전화통화에 앞서 이날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전화에서 "러시아가 도발을 높이면 단호하고 대대적이며 단결된 미국과 유럽의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전화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서방 각국, 우크라 철수 나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이뤄진 군사훈련을 참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두려워하지도, 패닉에 빠지지도 않았다"면서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훈련은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남부 크림반도 인근에서 실시됐다.

미국과 러시아 간 고위급, 정상 전화통화가 큰 성과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서방 각국은 우크라이나 철수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을 훈련시키고 있는 영국 병력이 철수할 예정이고, 독일과 네덜란드, 이탈리아는 우크라이나 자국인들에게 철수를 요청했다. 나토와 관련이 없는 뉴질랜드도 자국민들에게 철수할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동원할 경제제재 옵션 설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 유럽 동맹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경제제재 방안들에 관해 거의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지원을 꺼리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 관계자들은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사적으로는 그동안 자국 경제 피해를 우려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면서 강경 대응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푸틴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미국, 영국과 손잡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미 국무부는 크림반도 병합 당시 러시아에 대한 2차 제재를 결정하는데 수개월이 걸린 것과 달리 이번에는 1차 제재 뒤 곧바로 수일 안에 2차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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