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삼성·LG·현대차 불똥튈라 '노심초사'
뉴스1
2022.02.14 11:35
수정 : 2022.02.14 16:28기사원문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화 통화가 성과 없이 끝나면서 세계 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오는 16일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인 군사 작전 개시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기업들도 불똥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삼성과 현대차, LG 등의 러시아 공장 타격이 우려된다. 비싸진 원자잿값도 부담이다.
◇ 삼성·현대차·LG, 러시아 공장 어쩌나…조선업계도 수주 '불안'
1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와의 교역액은 273억3000만 달러 수준이다. 수출이 99억8000만 달러이며 수입은 173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러시아의 병력 배치 후에도 수출은 별다른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대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TV 공장을, LG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루자에서 TV와 생활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이 있다.
대부분 현지 판매용이지만 전쟁이 터지면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환율 불안과 제재 현실화 시 부품 조달 문제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는 "전체 자동차 수출 중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면서도 "사태 악화 시 현지진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로부터 선박 등을 수주해 건조 중인 조선업계도 불안감이 크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체의 러시아 선사 수주 잔량은 19척, 15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달한다.
조선업계는 "미국의 금융제재가 자금결제 중단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로부터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급박한 상황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제19차 산업자원안보 TF'를 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동향 점검과 상황전개 시나리오별 영향·대응 분석에 나섰다.
회의에서는 실물경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사태 장기화·악화 등에 따라 발생 가능한 대(對)러 수출·금융 제재, 산업·에너지 공급망 교란 등 핵심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진규 산자부 제1차관은 "러-우크라이나 사태는 상황이 가변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업계와 함께 철저히 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치솟는 원자잿값…"반도체까지 영향 우려"
전쟁 우려에 원자잿값도 문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하고 러시아도 무역 보복에 나설 경우 추가 상승도 우려된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 수출 가스관을 잠글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유럽에서 쓰는 가스의 40%를 공급한다.
전쟁이 반발하면 가스 가격이 치솟고, 대용재인 석유와 석탄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미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11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6%(3.22달러) 오른 배럴당 93.10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1일과 비교하면 42%나 올랐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도 35.5% 상승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곡물 등 다른 원자재도 덩달아 오름세다. 러시아는 글로벌 2대 석유, 천연가스 생산국이기도 하지만 여타 원자재 역시 글로벌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 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특성상 전쟁이 발발하면 가스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고, 대체재인 원유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러시아를 제재할 경우 수급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 원유 수입비의 5~6%가 러시아인데 제재를 하면 다른 나라에서 해당 물량을 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공기업은 "갈등 심화 시 유럽발(發) 에너지 가격·수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것"이라며 "원유·LNG가격 상승 시 연료비 연동으로 인한 국내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희귀가스 네온(Ne)의 90% 이상을 우크라이나에서, 팔라듐의 3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불안감을 드러내듯 지난 11일 반도체 업종 지수를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83% 하락했다.
박정호 세계지역연구센터 신북방경제실장은 "러시아 현지에 진출하거나, 경제협력 중인 한국 민간기업의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고정 투자를 요하는 제조업에 편중돼 있어 단기적으로 투자를 철회하거나 협력을 중단하기는 어렵다"며 "고강도 대러 제재 도입으로 러시아 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경우 Δ불확실성 증대 Δ수익성 악화 등의 요인으로 한-러 경제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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