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킬러 '해상초계기'(상)
파이낸셜뉴스
2022.02.19 23:43
수정 : 2022.02.20 14: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잠초계기의 등장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로, 당시에는 항속거리가 긴 폭격기나 대형 비행정, 함재기가 폭뢰나 폭탄 등으로 무장하고 수면에 부상한 잠수함을 육안이나 초기 레이더로 찾아내면 공격하는 식으로 대잠초계기의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에는 잠수함 역시 수중 항해 능력이 발달하지 못했고 대부분 수상 또는 수면에 가까운 수중에서 항해를 했으므로 이 정도로도 충분한 효과를 냈다.
2차대전 때는 비행기뿐만 아니라 비행선도 이 대잠초계선으로 운영했다. 비행선은 동력 비행기에 비해 체공 시간이 대단히 길고 조용해서 장시간의 비행이 필요한 대잠초계 임무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해상초계기는 하늘에서 바다 위는 물론, 물 속도 감시하는 만큼, 다양한 탐지 수단과 무장을 운용한다. 특히 수중을 탐지하는 수단들은 중요한데, 2차 세계대전 이래로 해상초계기들이 주로 수행해온 임무가 잠수함을 수색, 섬멸하는 대잠수함 작전이기 때문이다.
잠수함들의 성능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탐지 수단은 더욱 정밀해지고 있다.
해상초계기에 탑승한 △'파일럿의 눈'(Pilot's eyes)은 가상 우선적 탐지 수단이다. 해상초계기가 해군의 일원이 된 것도 조종사 또는 탑승한 승무원이 바다 먼 곳까지 한눈에 감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탐지 수단이 고도로 발달하긴 했지만, 정확한 탐지와 현장 파악을 위해서는 파일럿의 눈이 꼭 필요하다.
해상초계기의 탑재한 △'레이더'(Radar)는 가장 일반적이고, 핵심적인 탐지 수단이다. 일정 주파수의 전파를 쏴서, 그 반향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탐지하는데, 수상함부터 잠수함까지 탐지할 수 있다.
해상초계기에 레이더를 탑재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로, 대서양 해전에서 그 유효성을 증명해냈으며, 현재도 해상초계기의 핵심 장비다. 최근엔 잠수함이 물 밖으로 살짝 내민 잠망경까지 탐지,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화됐다.
△'MAD'(Magnetic Anomaly Detector, 자기 변화 탐지기)는 해상초계기들이 탑재하는 장비 중 가장 독특한 자기장 탐지 장비다. MAD는 가장 유효한 대잠 탐지 장비 중 하나로, 지구와 자기장의 원리를 이용한다. 잠수함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철제로 건조돼 자기장을 발산하는데, MAD는 바로 이 자기장을 탐색한다.
독일제 212급 잠수함처럼 스테인리스 선체를 쓰거나 소련제 알파급 잠수함처럼 타이타늄을 쓰는 이유 중의 하나가 MAD로부터 탐지되는 거리를 줄이기 위함이다. 일반 잠수함들도 MAD로부터 탐지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 선체의 자성을 줄이는 자기처리 작업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탐지 거리가 소나에 비해 짧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알려졌다. 해저 지형 및 조성 물질의 영향에 따라 탐지 거리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단 탐지가 된다면 그것이 허위 표적일 확률은 소나에 비해서 적다. 특히 망망대해에선 난파선 등 특별한 사항 없이 자기장이 잡힐 수 없기 때문에, MAD에 수중에서 이동하는 자기장의 탐지·포착은 잠수함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소나로 잡은 표적이 확실히 잠수함인지 확인하기 위해 공격 최종 단계에서 사용한다.
이 장비의 위치는 꼬리날개 뒤로 길게 나온 부분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변화탐지기다. 이름 또한 긴 막대 모양을 일컬어 ‘매드 붐(MAD boom)’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바깥으로 길게 뻗어 나온 이유는 다른 장비에서 발생된 자기장이 탐지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물리적인 조치다.
△'디핑소나'(Dipping Sonar=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는 물속에 투하해 수중의 소리를 청취할 수 있는 소나로, 주로 해상작전헬기에 탑재된다. 운용 방식은 소나를 줄에 달아 수중으로 내려서 소리를 청음 한다. 디핑소나 자체는 함정에 탑재되는 소나보다 소형이지만, 헬기가 이동하면서 지속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만큼, 적의 위치를 보다 정확히 탐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소노부이'(Sonobuoy=음파탐지 부표, Sonar+Buoy의 합성어로 수중음파를 탐지를 위해 소모성 부품으로 설계 구성돼 있다)는 무선 음향탐지용 부이로서 회전익 항공기, 초계기, 함정 등에서 투하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특히 고정익 해상초계기에게는 중요한 탐지 장비인데, 광대한 범위를 수색하는 항공기가 작전 구역 곳곳에 투하해, 곳곳을 감시할 수 있게 해 준다. 최근에는 이러한 소노부이를 이용해, 해양탐사 등의 민간 영역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목적에 따라 해상초계기는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수중에 숨은 잠수함을 대상으로는 어뢰나 폭뢰를 이용해 공격을 가할 수 있고, 수상함을 상대로는 대함 유도탄을 이용하여 공격할 수 있다. 특히 고정익 해상초계기는 크기가 커서, 대함 유도탄을 대량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대함 공격이 가능하다. 일부 해상초계기는 대지상 공격이 가능한 정밀 무장을 사용해 연안에 대한 공격 작전도 수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해상초계기는 초기에 수상함의 지원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현재는 누구도 대체 못할 독자적인 작전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현대에도 대잠수함 전력으로서 해상초계기는 주목받는 전력이다.
대잠수함전은 아이러니하게도 해상초계기를 중심으로 아군의 항공모함·구축함 등 수상함과 아군의 잠수함 전력까지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작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대잠전력 강화는 해군력 전반의 상승·강화를 의미한다.
미래전의 전쟁영역인 우주·사이버전을 포함하는 전쟁수행개념, C4ISR 체계 하 네트워크 중심전(NCW)·협동교전·효과기반작전(EBO)에서도 공중에서 먼 거리의 해상과 수중을 수색·감시·타격할 수 있는 '해상초계기'의 중요도는 당장 갖추어야 할 극초음속비대칭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방어 및 대응 능력과 함께 여전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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