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로 티타늄 공급 차질 우려, 항공기 제작 '비상'
파이낸셜뉴스
2022.03.03 14:08
수정 : 2022.03.03 14:08기사원문
- 보잉사, 에어버스, 샤프란 등 대체 공급망 확보
- 러시아 티타늄 매장 13.5%, 러시아 업체 티타늄스펀지 22% 공급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제재로 티타늄 공급망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들도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티타늄은 무게가 가볍지만 강도는 우수해 항공기 동체나 터빈의 날개, 인공위성, 국제 우주정거장의 주요 소재로 쓰인다.
3일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여러 차례 경제 제재를 발동하자 보잉,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등 항공기 제조업체는 잠재적인 수출 봉쇄 방어책으로 새로운 티타늄 공급업체를 찾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C) 자료를 보면 티타늄 매장량은 중국, 일본에 이어 러시아가 3위에 올라있다. 점유율은 13.5%다. 각종 전략물자의 원재료가 되는 티타늄스펀지 생산량은 러시아가 22%를 점유하고 있다고 제일재경은 설명했다.
티타늄은 항공기 생산에서 필수 재료다. 보잉 787 무게의 약 15%에 티타늄이 쓰인다. 보잉 787 한 대에 19t이상의 티타늄이 포함되는 셈이다.
티타늄플레이트 가격은 kg당 20.85달러로 보잉 787 한대에서 40만 달러 정도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품의 복잡한 가공과 제조에 두루 쓰이며 공급망이 변화되면 전체 제작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러시아의 VSMPO-아비스마는 세계 최대 티타늄스펀지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다. 생산능력은 연간 3만4000t에 이른다.
이 러시아 업체는 보잉사의 핵심 티타늄 공급 업체로 전해졌다. 보잉은 1997년 이 회사와 첫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2006년 보잉 787을 도입하면서 티타늄 합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합작 투자에 합의했다. 지난해엔 두바이 에어쇼에서 지속적인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보잉사의 상용기 부분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싱가포르 에어쇼 개막전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티타늄을 매우 다양하게 공급하고 있다”면서 “다각화를 통해 티타늄과 관련된 공급망 중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VSMPO-아비스마 소식에 정통한 한 무역상은 언론에 “아직 (수출 감소는)없지만 (위기가)심화되면 러시아는 티타늄 수출로 보복할 수 있다”면서 “정치 상황 때문에 그들은 이미 경쟁자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항공엔진 제공업체 샤프란도 티타늄의 거의 절반 가량을 러시아 VSMPO-아비스마에서 공급받는다. 이 회사는 최근 몇 주 동안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독일 딜러로부터 티타늄을 구매했다고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밝혔다.
올리비에 안드리에스 샤프란 CEO는 “우리는 연초부터 티타늄 제고를 늘리고 있다”면서 “다른 공급처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영국 롤스로이스 역시 항공기를 만들 때 필요한 티타늄의 20%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온다. 롤스로이스도 재고를 늘리고 공급망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성명을 내고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우리의 티타늄 구매 전략에 들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VSMPO-아비스마의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이 회사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렵다고 제일제경은 평가했다.
제일재경은 전문가를 인용, “러시아 VSMPO-아비스마는 세계 항공우주 티타늄의 4분의 1을 공급한다”면서 “제조업체들은 티타늄 부족의 위험에 직면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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