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원점에서 다시 짜야
파이낸셜뉴스
2022.03.10 18:48
수정 : 2022.03.10 18:48기사원문
그러나 27번에 걸친 대책에도 불구하고 한 번 오른 집값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게 해 공급물량을 확보하려던 정책은 양도소득세 중과로 실효성을 잃어버렸다.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많이 나오니 안 팔고 증여하는 쪽을 선택했다. 시장에 주택물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1주택자는 갑자기 오른 집값으로 세금폭탄을 맞았다. 은퇴하고 남은 게 집 한 채인데 세금 낼 돈이 없다. 집도 팔리지 않으니 세금 낼 도리가 없다. 무주택자는 오른 집값이 원망스럽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자꾸만 멀어져 간다. 뒤늦게 3기 신도시 물량의 조기공급과 주택정비사업 후보지를 추가 공모한다고 야단이지만 계획과 설계 그리고 시공기간이 있어서 당장 원하는 만큼 공급이 어려운 것이 부동산이다.
장기적 대책으로는 주택공급 확대정책이 정석이다. 인구감소기를 대비해 무조건 물량공급에 치중하지 말고 1인가구 증가, 노인인구 증가, 멸실주택 대체 등 인구사회학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단순히 몇 만호 건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년주택, 신혼주택, 노인주택 등 수요에 맞는 주택의 적기공급이 중요하다. 주거기본법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수립하는 장기주거종합계획이 우리나라의 주택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계획이다. 올해는 2023년부터 10년간 적용할 제3차 장기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하는 해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당과 이념을 넘어서는 계획을 수립하고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단기적 대책으로는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완화 정책이 중요하다. 대선 과정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주거밀도를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는 도시계획적으로 볼 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500%까지 허용하자는 안과 역세권 민간재개발 용적률 상향안은 주택공급 방안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삶의 질과 도시인프라 부담을 도외시한 위험한 정책이다. 지역 여건에 따라 도시계획과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은 공기업이 국가계획 및 지자체 주택공급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시행하면 된다. 민간부문은 시장경제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새 정부는 국가가 수립한 장기주거종합계획을 존중하고, 무분별한 용적률 상향 조정이 아닌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주택정책을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류중석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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