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절단 '확진' 70대 "수술 불가"…음압캐리어서 수술한 민간병원

      2022.03.15 09:38   수정 : 2022.03.15 16:28기사원문
김 종필 원장은 음압캐리어 안에서 부상당한 손만 꺼내 수술을 집도하는 기지를 발휘, 감염 위험을 최소화 했다.(충남도 제공)© 뉴스1

(대전ㆍ충남=뉴스1) 주향 기자 = ‘수지(手指) 절단’이라는 중상을 입고도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한 채 집에 대기해야만 했던 70대 할머니가 충남 천안지역 한 민간병원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손가락을 지켰다.

15일 충남도에 따르면 아산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씨는 지난 2일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제면기에 왼손 약지가 끼는 사고를 당하며 손가락이 거의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즉시 A씨는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봉합 수술은 받을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전문의료로 안착된 수지 절단 봉합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이 종합병원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씨는 종합병원 소개로 천안지역 전문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수술 전 코로나19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며 이 전문병원에서도 A씨는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다.

기존 환자들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내린 전문병원 측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하는 수 없이 A씨는 손가락을 봉합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나올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던 3일 오후, A씨 가족이 아산보건소에 연락하며 상황이 급변한다. 아산보건소가 이 같은 상황을 도에 전했고, 도는 전국 20여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병상 배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의 요청에 화답하는 병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에 도는 박보연 충청남도의사회장에게 이 사실을 전하며 도움을 구했다.

박 회장은 도내 병원을 대상으로 수소문했고, 천안 나은필병원 김종필 원장이 A씨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을 무릅쓴 결정이었다.

아산보건소는 김 원장 등 의료진에게 긴급하게 방호복을 전달했고, 천안 동남소방서는 음압캐리어를 이용해 A씨를 나은필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원장은 특히 A씨가 음압캐리어 안에 있는 상태에서 부상당한 손만 꺼내 수술을 집도하는 기지를 발휘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 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A씨는 천안의료원으로 전원돼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뒤 지난 10일 다시 나은필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김 원장은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라며 “도와 아산시보건소, 도의사회, 의료진 등이 한마음으로 대응해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긴박한 상황에서 민관이 합심해 도민을 지켜내는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었다”라며 김 원장을 비롯한 나은필병원 의료진과 박 회장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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