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자"며 박박민 머리, 이게 바로 고교야구지
파이낸셜뉴스
2022.03.16 18:08
수정 : 2022.03.16 18:13기사원문
막내린 전국명문고야구열전
강릉고 3학년 주도로 삭발투혼
추첨패로 4강 실패했지만
부진 딛고 2년새 무서운 성장
명문이라 불리는 서울고
연예인 스타일에 금목걸이도
외모와 성적은 상관없다지만
풋풋함에 눈이 가는건 왜일까
한결같이 박박 민 머리모습이었다.
처음 보았을 땐 웃음이 나왔다. 요즘 시대에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러나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학생야구니까. 나중에 야구장에서 만나서 물어보니 대회 전 강릉에서 3학년이 주도로 "떠나기 전 머리를 밀자"며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전국명문고야구열전에는 2020년 7회 대회 때부터 참가했다. 강릉고는 에이스 최지민(KIA)을 앞세워 예선리그 2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했다. 경남고에 덜미를 잡혀 결승 무대를 밟진 못했다.
8회 대회 땐 1승을 거두고도 우천으로 인한 추첨 패로 4강 직전에 탈락했다. 올해 역시 추첨 운이 좋지 않았다. 첫 경기서 전주고에 대승을 거두었지만 또 한번 봄비와의 악연에 고배를 들었다. 추첨 패로 4강 진출에 실패.
전국명문고야구열전서 거둔 통산 성적은 4승 1패(추첨 제외). 어느덧 강릉고는 광주일고, 경남고, 경북고, 덕수고 등과 함께 교교야구 최강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박 민머리와 팀 성적은 아무런 상관없다. 그러나 강릉고 선수들의 삭발 투혼에서 의지와 성취의 인과관계는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다. 길은 뜻을 가진 자에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곧이어 서울고 선수들이 나왔다. 그들의 머리 스타일은 강릉고 선수들과 완연히 달랐다. 대부분 머리를 길게 길렀고, 간혹 연예인 스타일의 파마도 눈에 띄었다. 수초 전에 박박 민 머리를 보았기 때문일까. 둘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라 보였다.
강릉고 선수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용수철이라면 서울고 선수들은 여유 있고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서울고는 몇 해 전의 강릉고와 달리 전국에서 야구 영재들이 몰려든다. 덕수고, 야탑고, 유신고와 함께 중학교 선수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학교다.
그런데도 2017년 대통령배 우승 이후 한 번도 4대 메이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머리 스타일과 우승에는 구체적 함수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고 선수들의 머리 스타일에 자꾸 눈길이 갔다.
프로야구 한 스카우트는 "얼마 전 서울고 선수들이 여럿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사회인 팀 선수들인 줄 알았다. 몇몇은 목에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고교선수들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코를 찡긋거렸다.
그동안 야구 취재를 하면서 본 가장 고교야구다운 팀은 과거 충암고와 부경고(전 경남상고)였다. 마치 일벌집단처럼 원팀이 되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라고 할 지 모르지만 두 팀은 성적도 좋았다. 스타일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고교야구는 교교야구다웠으면 좋겠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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