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뭐하는데 현장일 하나" 성희롱 노출된 여성 건설노동자

파이낸셜뉴스       2022.03.20 18:14   수정 : 2022.03.20 18:16기사원문
건설업 여성비율 11.4% 달하지만
현장 남성중심적 조직문화 여전
4명중 1명 일터에서 성희롱 경험
단기근무 많아… 맞춤형 교육 필요

건설업 종사 여성 노동자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성희롱 등 성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실질적인 현장 교육 등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서 받는 농담 대부분 성희롱"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중 여성의 비율은 지난 2016년 8.1%에서 올해(지난 2월 기준) 11.4%로 늘었다.

이처럼 여성 근로자 비율이 증가했음에도 4명 중 1명은 근무 중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여성 건설근로자를 위한 성평등 정책과제'에 따르면 여성 건설노동자 26.4%는 일터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이 가운데 48.5%는 근무 중 1~3회, 34.3%는 10회 이상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에서 여성근로자에 대한 성희롱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94%로 가장 많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 건설근로자 취업현황과 정책방안'에 따르면 여성 타워크레인 기사 A씨는 "현장에서 인사처럼 하는 얘기 대부분이 농담인데 성희롱"이라며 "'신랑이 뭐 하는데 현장에서 일하느냐' 같은 말도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 타워크레인 기사 B씨는 "기사라고 안 부르고 아가씨라고 하는 분도 있다"며 "가끔 남성 기사와 함께 현장에 들어가면 '같이 사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 철근공 C씨는 "어떤 현장에 가면 아저씨들이 농담 비슷하게 자기들끼리 '저 아줌마 어떻느냐', '저런 사람이 잘 안 넘어온다'는 식으로 얘기한다"고 했다.

■"기존 예방교육, 건설현장에 안 맞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건설업은 노동자 연령층이 높은 편이고 남성중심적 조직문화가 형성돼 성인지 감수성이 적을 수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건설현장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의 건설현장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관리자 및 근로자 대상 성희롱·성차별 예방 교육 강화'가 22.7%로 '여성의 기술 습득을 위한 훈련 등 확대'(34.5%) 다음으로 많기도 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장별로 성희롱 예방 교육이 정기적으로, 연 1회 이상 실시돼야 한다. 하지만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단기간 현장 근무 후 이동하는 탓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노동자 가운데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한번이라도 받은 적이 있는 이들은 약 41%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은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의 사전 의무 교육인 '건설업 기초 안전보건교육'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김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통 성희롱 예방 교육은 1년에 한 번 하게 돼 있고 집체교육이라 건설현장 환경과는 맞지 않는 편"이라며 "형식적인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는 매일 안전교육이 이뤄지는데 그때 짧게라도 성희롱 예방 교육도 하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대신 사무직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한 것과는 형식적·내용적으로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며 "짧은 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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