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크기로 시선집중... 금관악기중 가장 저음 어둠·음침한 분위기 담당

파이낸셜뉴스       2022.03.21 18:03   수정 : 2022.03.22 11:55기사원문
튜바

'국심의 생생 클래식'은 국내 최고의 교향악단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옛 코리안심포니) 단원들이 직접 쓰는 오케스트라 이야기입니다. 매회 주제를 바꿔 재미있고 생생한 클래식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오케스트라 무대 뒤, 황금 기운을 내뿜으며 우람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금관악기들. 그중 압도적인 크기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악기가 있으니 바로 '튜바'다.

나팔꽃이 연상되는 넓은 벨이 이목을 끌며 타원형으로 감겨있는 관에 밸브가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큰 덩치만큼 악기의 무게 역시 상당하다. 그래서 튜바 연주자는 앉아서 벨이 위로 가도록 악기를 받쳐 잡아 연주한다. 몸체가 크다보니 그만큼 많은 호흡량을 필요로 한다. 금관악기 중 가장 낮은 소리를 내며 장중한 음색을 지녔기에 음악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관악기 중 가장 늦게 발명된 튜바는 1835년 독일 작곡가 빌헬름 프리드리히 비프레히트와 악기 제작자 요한 고트프리트 모리츠에 의해 최초 발명됐다. 튜바가 제작되기 이전에는 베이스트럼펫의 일종인 세르팡과 키가 달린 베이스뷰글인 오피클라이드가 관악기의 저음을 담당했다. 두 악기는 17~18세기 프랑스와 독일에서 쓰이다 사라졌는데 음높이 조절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튜바다.

이 악기를 최초로 사용한 작곡가는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다. 1830년 '환상교향곡'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그의 튜바 사랑이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하기에 튜바만의 음색을 분별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환상교향곡'에서 튜바와 바순이 함께 '심판의 날'이란 옛 평성가의 멜로디를 연주할 때 등골이 오싹, 무시무시한 사운드 효과를 내며 빛을 발한다. 튜바에서 이 분위기를 뽑아낸 베를리오즈가 대단해 보인다. 영화 '적과의 동침'에서도 음침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데 튜바가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이렇게 말하니 튜바의 어두운 면만 있을 것 같지만 폭넓은 음역을 소화해내는 악기로 다채로운 음색 표현이 가능하다. 저음은 깊고 무거우며, 중음은 힘차고 강력하다. 또 고음에선 가늘어지는 표현도 가능하다. 큰 덩치에 어딘가 모르게 아둔할 것 같지만 이처럼 명민하게 변주가 가능한 악기가 또 있을까 싶다.

튜바의 독주곡은 흔치 않은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튜바를 경험하고 싶다면 본 윌리엄스의 '베이스 튜바 협주곡'을 추천한다.
다른 악기들을 품어내는 튜바의 찐매력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1990년대 전설적인 튜바 연주자 다니엘 페란토니를 위해 안토니 플로그가 작곡한 '튜바와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미니어처'도 빼놓을 수 없다. 빠르고 정확한 테크닉으로 우리 귀를 강렬하게 사로잡는 튜바를 만나볼 수 있다.

박윤근 국립심포니 튜바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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