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분신같던 제주 벚꽃나무 '댕강'…88세 할머니 통곡
뉴스1
2022.03.23 12:15
수정 : 2022.03.23 12:15기사원문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벚나무가 잘려나간 뒤 사는게 사는것 같지가 않아요"
이날 제성마을 주민들은 지난 15일 제주시의 도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40년 된 마을 벚나무들이 잘려나간 것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월18일 보도 참조)
주민들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벚나무들은 마을 역사를 상징하며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다"며 제주시의 이번 벌채를 행정폭거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벚나무를 살려내 원상복구하고 제주시장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권 할머니는 "남편이 40년 전 다른 주민 4명과 함께 심은 벚나무"라며 "남편이 18년 전 세상을 떠난 후 남편이라고 생각하며 벚나무에 의지했는데 나무가 잘려나가니 내 목이 잘려나간 심경"이라고 한탄했다.
주민들은 회견 뒤 제주시장실을 방문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사전에 약속되지 않았다며 면담을 거부해 항의서한만 전달했다.
제성마을회에 따르면 해당 벚나무들은 약 40년 전 제성마을 설촌 기념으로 주민들이 마을 입구 동서쪽에 직접 심었다.
제주시는 지난 15일 신광로터리와 도두동을 잇는 도로 확장 공사 과정에서 이 벚나무들을 벌채했다.
제주시는 15일 서쪽에 있던 나무 6그루, 주민들은 지난해 8월부터 동쪽 나무들을 포함해 총 12그루가 벌채됐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40~50년 전 직접 심은 벚나무들을 보존해달라고 시청에 건의했지만 제주시는 기형적 도로가 교통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며 벌채했다.
시 관계자는 "벌채는 마을 통장의 동의를 받았으며 잘린 나무는 마을회에 보상비를 책정해 지급하고 도로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수종으로 가로수를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벚나무를 이식하면 생존률이 낮다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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