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환경오염 주범" vs "은행 산업보다 친환경"

파이낸셜뉴스       2022.03.30 17:49   수정 : 2022.03.30 17:49기사원문
'기후변화 대신 코드변화' 친환경 비트코인 사회운동
"불가능·무의미한 지적".."비트코인 지속가능하다" 반론도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시장의 대표 비트코인(BTC)의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가상자산 리플(XRP) 창업자 크리스 라슨(Chris Larsen)이 손잡고 '녹색 비트코인'을 위한 사회운동에 들어간 것이다. 유럽에서도 전력소비가 많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진영에서는 이같은 압력이 실현 불가능하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후변화 대신 코드변화' 친환경 비트코인 사회운동


30일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크리스 라슨은 자신의 재산 가운데 500만달러(60억4750만원)를 비트코인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개 캠페인에 투자했다. 그린피스 등 글로벌 환경단체들과 협력해 비트코인 사용자에게 '기후가 아닌 코드를 변경하라(Change the Code, Not the Climate)'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광고에 대해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전력 집약적인 작업증명방식(PoW)이 아닌 지분증명방식(PoS)으로 전환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도 비트코인의 전력사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유럽의회 경제재정위원회(ECON)에서 논의된 가상자산 규제 패키지 'MiCA(Market in Crypto-Assets)' 초안에는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POW 기반의 가상자산을 2025년부터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기도 했다. 관련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PoW 금지 조항은 삭제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PoW 금지안은 부결됐지만 △가상자산의 지속 가능성 여부 판단 △데이터 센터 규제 등 맥락에서 PoW 방식 규제를 둘러싼 유럽의회의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1세대 가상자산이 사용하고 있는 PoW 합의방식은 높은 전력 소모를 특징으로 한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ESG(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고려사항'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량은 네덜란드의 연간 총 발전량과 맞먹는 수준이며 세계 총 전력 소비량의 0.5%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PoW 합의방식은 복잡한 수식을 컴퓨터를 통해 풀고 소량의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받는 식이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 한도가 제한돼 있어 점점 수식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채굴자 역시 더 많은 컴퓨터를 이용해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해야 채굴에 성공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불가능·무의미한 지적".."비트코인 지속가능하다" 주장도


코인데스크는 크리스 라슨의 노력이 언뜻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비실용적이고 무의미한 것이라는 업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PoS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단순한 업그레이드(하드포크)로 가능한 작업이 아니며 아예 새로운 네워크로 갈아타야 하는 복잡한 프로젝트인데, 이더리움과 달리 비트코인에는 이같은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진행할 핵심 그룹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에 거액을 투자한 PoW 채굴자들들을 새로운 네트워크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의 전력소모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는 반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은 2021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비량(113.89TWh/y, 2021년 5월 기준)이 은행 시스템(263.72TWh/y)에 비해 크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갤럭시디지털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전력소비량은 허용 가능한 에너지 사용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운용사 반에크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사용하는 전력의 76%가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중국 일부 지역에서 석탄 발전에 의한 채굴이 대규모로 이뤄졌지만 지난해 중국 당국이 가상자산 산업을 금지하며 이같은 채굴은 많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인터넷 연결만 되면 전 세계 어디서든 채굴작업을 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졌다는 점이 신재생에너지 친화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반에크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은 이동성이 높아 가격이 싸고 깨끗한 전력을 이용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위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전단가는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데 송배전 비용 때문에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와 비트코인 채굴산업이 상호간에 친화력이 높다는 것이다. 반에크는 "비트코인이 주거지역이나 산업시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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