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 없는 전자담배, 산불 예방 열쇠 되나…

뉴시스       2022.04.04 11:00   수정 : 2022.04.04 11:00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역대급’ 피해 울진 산불…당국, 담배꽁초 유발 추정

“전체 화재 발생 건수 중 15%가 꽁초 원인” 조사도

금연 필요하나 화재 위험 없는 전자담배 전환 대안

[서울=뉴시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지난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안말래길에서 금강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밤샘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2022.03.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울진 산불이 3월13일 오전 9시께 주불이 잡히면서 진화됐다.

같은 달 4일 오전 11시17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 일원에서 발생한 이 불은 역대 최장 기간인 총 9일, 약 213시간 동안 울진 지역 4개 읍·면, 강원 삼척 지역 2개 읍·면을 휩쓸었다.

그 결과, 축구장(0.714㏊) 2만9304개 면적과 맞먹는 2만923㏊(울진 1만8463㏊·삼척 2460㏊)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 소, 공장과 창고 154개 소, 종교시설 등 31개 소 등 총 643개 소에 달하는 시설물이 피해를 봤다. 이재민 337명이 발생했다.

이로써 울진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 화재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명 피해가 없었던 데 안도해야 할 정도다.

[울진=뉴시스] 강진구 기자 = 울진군과 울진경찰서, 경북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림청,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는 16일 오전 11시 울진군 북면 두천리 울진 산불 발화지점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2022.03.16.dr.ka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역대급’ 울진 산불도 원인은 담배꽁초?

산림 당국과 경찰은 지나던 차 안에서 던진 담배꽁초가 이번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화 지점이 차로 주변인 데 주목해서다.

꽁초가 또다시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불을 붙여 피우는 ‘일반 담배’ ‘연초 담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6일은 명절 ’한식’이다. 조상 묘소를 돌보기 위해 사람들이 산을 출입하는 일이 잦아지는 이 시기에는 대기는 건조하고, 바람은 강해 산불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 공교롭게도 5일은 산림 녹화를 강조하는 ‘식목일’이다.

2020년 한성대 경제학과 박영범, 홍우형,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이동규 교수의 논문(‘흡연의 외부 비용 추정과 합리적 담배 과세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주의로 인한 화재의 약 30%가 꽁초 탓에 발생했다. 전체 화재 건수의 15%에 해당할 정도다.

그래도 꽁초가 그간 일으킨 화재 피해 규모는 건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논문은 담배꽁초로 인한 재산상 피해와 인적 피해, 소방 비용 등 담배 갑당 화재에 대한 외부 비용을 20.58원으로 꼽았다.

하지만 자칫 담배꽁초가 유발한 화재가 크게 번진다면 직·간접적인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는 우려는 지속해서 제기됐다.

그러다 이번 산불이 발발했다. 민관군이 합심해 필사적으로 저지한 덕에 한울원전, 강원 LNG 가스 기지 등 국가 기간 시설과 '천년고찰' 불영사,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등을 화마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으나 ‘대재앙’은 겨우 한 뼘 거리에 있었다.

[서울=뉴시스]일반담배 흡연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금연, 좋은 만큼 어려운 실화 예방법

실화의 주된 요인이 꽁초인 만큼 ‘금연’은 이를 예방할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건강상 유해성 지적에도 흡연 인구가 거의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이런 이유로 금연을 유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꽁초를 만들어내지 않는 ‘전자담배’가 흡연자를 잠재적인 ‘실화범’으로 여기는 일각의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전자담배는 이미 수많은 국내외 연구를 통해 ‘건강상 이유’(유해물질 발생량)와 ‘사회적 이유’(냄새와 2차 흡연 문제) 등에서 일반담배보다 압도적으로 자유롭다.

이제는 “화재 유발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는 사실로 ‘안전상 이유’에서도 일반담배를 울리게 됐다.

논문은 화재 위험성을 비롯해 연기·냄새에 따른 비흡연자의 건강상·정서상 피해 등을 모두 흡연의 외부 비용으로 추산할 때 전자담배의 그것이 일반담배의 76%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판 전자담배. 왼쪽부터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KT&G ‘릴’, BAT ‘글로’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약 18조6000억원 규모인 국내 담배 시장에서 여전히 일반담배가 주를 이루지만, 전자담배가 영향력을 지속해서 확대하는 만큼 보건 측면은 물론 사회 안전 측면에서도 일반담배 대체재로 전자담배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담배에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등 일반담배와 차별적으로 규제한다면 업계와 소비자의 전자담배 전환 속도가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며 “그만큼 화재 유발 우려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소방 전문가는 “화재를 잘 진압하는 것도 중요하나 화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자체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이 먼저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금연이 매우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전자담배 전환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ac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