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김남구 스타일 정반대인데....미래에셋-한투 실적은 '용호상박'

뉴시스       2022.04.06 15:10   수정 : 2022.04.06 15:10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작년 이어 올해 매출은 미래에셋, 순이익은 한투증권 앞설 전망

개혁 선호 선봉서 이끄는 박현주, 보수적 성향 맡기는 김남구 회장 리더십 대조

미래에셋증권(왼쪽)과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동학개미와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급증세에 힘입어 증권업계가 견조한 영업실적 성장 흐름을 이어가면서 '최고' 타이틀에 대한 경쟁도 가속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확연히 다른 리더십과 전략으로 비견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추정기관수 3곳 이상이 집계한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컨센서스(전망치)는 영업이익 3230억원, 순이익 2081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지주는 1분기 영업이익 3495억원, 순이익 2761억원으로 미래에셋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추정치를 보면 한국금융지주는 영업이익 1조3102억원, 순이익 1조833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은 영업이익 1조2330억원, 순이익 9470억원 규모다. 매출에서는 미래에셋이 앞서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한국금융지주가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조1520억원, 영업이익 1조4854억원, 당기순이익 1조1834억원을 시현했다. 업계에서 가장 큰 영업이익으로 2년 연속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자본총계는 10조6099억원 규모로 유일하게 1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조57억원, 영업이익 1조2939억원, 당기순이익 1조4502억원을 올렸다. 순이익에서 미래에셋을 웃도는 증권가 최고 기록이다. 자본총계는 7조1478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가운데)이 2011년 캐나다 선두 ETF 운용사인 '호라이즌 ETFs'를 인수하면서 회사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성과 경쟁이 치열한 미래에셋와 한투증권은 확연히 다른 리더십과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금융권에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본인이 직접 선두에 나서 분명한 방향성을 제시하며 이끌고 나가는 지장(智將)으로 통한다. 일찌감치 해외시장 개척이 정답이라고 판단하고 상장지수펀드(ETF)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미래에셋 글로벌 ETF 현황을 보면 2월말 기준 미국 글로벌엑스(Global X)가 92개 종목, 순자산 49조8678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다. 국내 타이거(TIGER) ETF는 138개, 26조1762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캐나다 호라이즌스(Horizons) ETFs는 107개 종목, 20조3254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외 홍콩, 콜롬비아, 일본, 아일랜드, 인도, 브라질, 베트남에서 77개 종목, 4조6884억원으로 집계됐다. 총 10개국의 ETF 합계는 414개 종목, 순자산 101조577억원 규모에 달한다.

박 회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성장에 안주하면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금세 도태된다는 위기의식으로 임직원들을 독려한다.

지난해에는 금융권이 들썩일 정도로 파격적인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그룹 계열사 전반에 걸쳐 40대 임원과 30대 팀·지점장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조직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진 후속 조치로 올해 초 3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100여명의 임직원이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후 지난달 정기주주총회 후 개최된 이사회에서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6년 연속 대표이사 연임을 확정했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최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확실한 방향을 잡고 조직을 끌고 가는 박 회장과 달리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보인다.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 앞서 한국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정일문 사장과 김성환 부사장의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이에 회사 안팎으로 사장단을 비롯한 대대적인 임원진 교체 인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김 회장은 이들을 유임시키면서 다시 한 번 신뢰를 보냈다.

한투증권에서는 유상호 부회장도 정 사장, 김 부사장과 함께 유임됐다.

이처럼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는 김 회장의 스타일은 영업 전략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전통적인 거래 수수료와 함께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기업금융(IB) 전반의 성장과 해외주식 투자 활성화, 비대면 채널 서비스 강화를 통한 위탁매매(BK) 확대 등 다변화된 수익구조와 리스크 관리가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업계 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 중 성과가 한 곳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의 승부수가 통하게 될 경우 업계 선두를 굳히게 될 것"이라면서 "김남구 회장이 이끄는 한투증권은 변화에 수동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선두에 서서 변화를 이끌다보면 실수도 하게 되는 법"이라며 "한투증권의 안전한 `2등 전략'이 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증권맨부터 시작해 살아 있는 전설이 된 박 회장과, 경영수업을 받은 오너 경영인인 김 회장은 경영 스타일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며 "현 단계에서는 누가 앞선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roma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