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이지 않으면 수출길 막힌다

파이낸셜뉴스       2022.04.06 18:52   수정 : 2022.04.06 18:52기사원문

작년 7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EU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의 55% 수준으로 줄인다는 'Fit For 55' 계획을 발표하면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EU 회원국에 비해 탄소배출 저감 노력이 부족한 국가의 제품에 부과금을 매기겠다는 것으로, 사상 초유 제품에 대한 환경관세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 일부 품목을 대상으로 2023년에 시범 운영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입법 예고된 상태다.

또한 EU는 배터리 지침을 개정해 2024년부터 EU 내에 판매되는 배터리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인 탄소 발자국을 의무적으로 표기토록 했다. 2027년부터는 탄소 발자국 상한을 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 판매금지나 기준 초과분에 세금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탄소 발자국이란 용어는 아직 낯설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제품이나 서비스 전 과정에서의 탄소 발자국, 물 발자국, 자원 발자국 등을 계산하고 표시하는 환경성적표지 인증제도를 2001년부터 운영해 왔으나 현재 참여기업은 331개에 그친다. 탄소 발자국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인프라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탄소 발자국은 제품을 만들 때 투입되는 수많은 원료물질, 소재, 에너지 등에 대한 환경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제품의 전과정평가(LCA)를 거쳐야 산출할 수 있다.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등 정부가 물질과 소재 DB를 구축하고 있으나 국제 전과정목록 DB에 등록된 것은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7개뿐이다. 제품별 탄소 발자국을 국제표준에 맞춰 산출하기 위해서는 제품군별 환경성적 작성지침도 필요한데 현재 있는 것은 10개에 불과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올해 초 환경성적표지 인증에 필요한 DB를 국제표준에 맞추어 2030년까지 1000종을 개발하고 제품별 작성지침도 120개 제품군으로 확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EU발 제품 탄소규제에 철강, 전기전자, 자동차 등 수출업계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과 간담회와 공청회를 수차례 거치면서 로드맵을 마련했고, DB 개발에는 LCA 전문가의 참여도 최대한 확대했다. 우리 환경성적표지 제도의 국제규격화는 해외 각국의 탄소 발자국 규제에 대응하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품에 대한 탄소규제는 수출 주력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 대상이나, 그 범위가 확대되면 중소기업의 대응능력 확보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도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분석하고, 저탄소제품을 만들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제품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해외 수출규제에 대응하고자 하는 기업인들에게 환경성적표지를 활용해 보시길 적극 권하는 이유다.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