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단에 영정사진? 위패 놓을 자리도 없네요"…'장례 대란' 사찰까지

뉴스1       2022.04.09 08:30   수정 : 2022.04.09 08:30기사원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스1 DB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박재하 기자 = # 가족 상을 당한 A씨는 수도권의 한 사찰을 찾아 49재를 신청하면서 최근 '장례대란'을 직접 체감했다. A씨는 49재를 신청한 후 1주일쯤 지나 사찰로부터 "너무나 많은 코로나 사망 유족들이 49재를 신청해와 영정사진은 고사하고 위패도 (연단에) 다 올려놓기 버거운 상황이라 제를 지내는 시간을 당겨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찰 관계자는 이어 "원래 49재 첫 시간인 오전 10시에서 30분을 당겨서 하자"고 했다.

A씨는 사찰의 요청에 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당기고 연단에 올려놓은 영정사진도 내리기로 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사찰에도 49재를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 49재는 고인이 별세한 후 7일마다 7회에 걸쳐서 재를 올리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불교식 제사의식이다.

원래 하루에 한 차례만 제사를 지냈지만 일부 사찰은 49재 신청이 밀려들어 시간대별로 예약을 받아 여러 차례에 나눠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서울 강남 봉은사 관계자는 9일 "49재 관련 문의가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에는 하루에 보통 한 번씩만 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하루에 3~4번 정도 하고 있다"며 "시간대별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찰 관계자 역시 "감당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49재 관련 문의가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 대란으로 장례기간이 늘어난 유족들은 불법에서 정한 날짜를 훌쩍 지난 후 절에 49재를 신청하기도 한다.

한 사찰 관계자는 "49재를 날짜가 지나서 오시는 분들도 계신다"며 "그 이유를 물으니 장례식장이 꽉 차서 장례를 (원래 일정대로) 못 지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찰에 닥친 49재 폭증 사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8일) 0시 기준, 코로나 19에 따른 신규 사망자는 373명으로 누적 1만8754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3월24일 469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0명대로 줄다가 다시 300명대로 올라갔다. 정부는 사망자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여전히 많은 편이다.

코로나 사망자가 늘면서 화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빈소도 구하지 못해 장례대란이 일었다. 장례는 서울에서 치르고 화장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일도 일상이 되고 있다.
시신을 보관할 곳이 없어 일부 장례식장에선 화장 대기 중인 시신을 냉장고 밖 상온에 방치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예전처럼 3일장만 치를 수 없어 최근에는 6일장이 기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사찰 관계자는 "전에는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라며 "49재 신청 들어오는 것을 도저히 다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