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벌써 금리 인상…은행권 대출금리도 '우상향'
2022.04.12 06:03
수정 : 2022.04.12 08:19기사원문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총재 부재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한 듯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7%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평소보다 인상폭을 확대하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다, 한은도 이에 보폭을 맞출 것으로 보여 은행권 대출금리는 연말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9.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186%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12년7월11일 연 3.19%를 기록한 이후 9년9개월 만의 최고치다. 연 3.139%로 거래를 마친 30년물 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앞지르며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오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미 금리 인상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스1>이 지난 10일 국내 증권사 소속 연구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 가운데 9명은 현행 1.2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총재 없이 인상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시각이었다. 다만 4%를 상회하는 물가상승률 등 대내외적 여건은 금리를 올리기엔 충분했던 만큼, 5월 금리 인상은 유력했다.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큰 만큼,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국고채, 은행채 등을 비롯한 시장금리인 '준거금리'에 차주의 신용도, 은행의 마진 등이 반영된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미국 연준은 7%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큰 폭 올리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한은이 연내 2%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 급등세 역시 미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현재 시장금리엔 미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선반영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인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시장금리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0~6.26%으로 6%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6.01%로 6%를 넘긴 지 열흘 만에 0.25%p 올랐다. 신규코픽스 기준 변동형 상품과 전세자금대출 상단 금리도 각각 5.29%, 5.02%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연내 주담대 고정형 상단 금리는 7%, 변동형은 6%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 변화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변동금리 대출 차주는 지난 2월말 76.5%로 집계됐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가계의 이자부담은 1인당 평균 15만원 증가한다. 연내 2%에 도달한다고 가정하면 현재보다 45만원가량 이자가 늘어난다. 고정금리 상품의 경우 금리 변동 리스크는 없지만 금리 수준이 높아 차주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