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기업 한국서 '억'소리나게 벌었는데…"배당 잔치·기부금 인색"
뉴스1
2022.04.17 06:05
수정 : 2022.04.17 06:05기사원문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샤넬·에르메스·루이뷔통·디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많게는 1조원 이상 매출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보복 소비 현상으로 매출·영업이익이 급등했다.
반면 기부금은 3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수준이다.
<뉴스1>이 명품 브랜드 25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리치몬트코리아·골든구스코리아를 제외한 23곳의 명품 브랜드의 매출이 늘었다. 또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를 면치 못한 명품 기업은 4곳(프라다코리아·발렌티노코리아·토즈코리아·골든구스코리아)이었다.
◇에루샤 잘나가네…디올도 바짝 추격
국내 명품 매출 1위를 기록한 루이뷔통은 지난해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성장한 3019억원을 거뒀다.
샤넬코리아는 2년전 9000억원이었던 매출을 1조2000억원대까지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국내 백화점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오픈런'을 일으킬 정도로 특수를 누렸다.
명품 업계 신흥 가자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87% 성장한 61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도 무려 35%를 육박한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527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26%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8%가량 증가했다.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의 선전도 돋보였다. 오메가·론진 등 고가 명품 시계를 전개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54%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376% 뛰었다. 케어링와치앤주얼리코리아로 이름을 바꾼 부쉐론코리아는 지난해 6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출이 무려 160% 성장했다. 웨딩링으로 잘 알려진 비제로원 라인 등을 판매하는 불가리코리아도 매출이 48%로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리셀 대란'을 일으킨 롤렉스는 한자릿수 매출·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른 국내 진출 국내법인이 두자릿 수 이상 매출 성장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제자리걸음 수준임 셈이다. 이는 롤렉스의 엄격한 수량 제한 정책 때문이다. 롤렉스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판매 법인과 연간 판매하는 시계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명품 의류 '잘 팔리고', 명품 신발은 '지지부진'
지난해 명품 의류 브랜드의 공세도 눈여겨 볼만하다.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것은 몽클레르코리아다. 몽클레르 패딩은 매년 겨울마다 불티나게 팔리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매출은 47% 증가한 2198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96% 오른 624억원이다.
'코트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막스마라를 전개하는 막스코느 매출은 32% 뛴 642억원이다. 영업이익도 137% 늘어난 109억원을 기록했다. 옷과 원단으로도 유명한 로로피아나코리아의 매출·영업이익은 각각 49%·21% 늘었다.
다만 지난해 신발을 주로 판매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부진했다. 스니커즈로 잘 알려진 골든구스코리아가 대표적이다. 골든구스코리아의 매출은 11% 감소한 391억원을 거뒀으며 영업이익은 79% 급감하며 6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드라이빙 단화로 잘 알려진 토즈코리아의 매출은 40%가량 늘었지만 2020년에 이어 적자다.
웨딩슈즈 브랜드로 잘 알려진 로저비비에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62%가량 늘어난 276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또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배우 신민아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로저비비에 구두를 착용해 화제를 모으는 등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데 따른 성과다.
◇'한국은 봉?' 배당금·수수료 잔치·기부금엔 인색
그렇다면 명품 업계가 한해 본사 등으로 보내는 배당금과 수수료는 얼마일까. <뉴스1>이 분석한 25개 명품 기업 가운데 19곳이 배당금 또는 지급수수료를 명목으로 막대한 액수를 본사에 보내고 있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액수를 본사에 보낸 곳은 에르메스코리아다. 에스메스코리아의 지난해 배당금은 1050억원이다. 영업이익에 맞먹는 액수를 본사로 보낸 것이다. 샤넬코리아 역시 지난해 690억원의 배당금을 보냈다.
롤렉스는 전년과 동일한 250억원을, 스와치그룹과 리치몬트코리아는 각각 200억원, 438억원의 배당을 했다. 또 불가리코리아는 배당금 100억원을 보냈으며 불가리 본사에 로열티와 시스템 사용 자문 계약 금액으로 107억원 등을 지불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성장한 프라다코리아는 경영자문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본상 53억원을, 골든구스코리아는 1억9000만원가량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본사에 지불했다.
반면 이들 명품 브랜드 25곳의 기부금의 합계는 30억원에 못 미쳤다. 샤넬·에르메스 등 일부 명품 브랜드는 기부금을 소폭 늘렸으나 이들 대부분의 기부금은 '제로'(0)다. 기부금을 강요할 수 없지만 국내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돈을 벌어들이고 본사에 수천억을 배당하는 명품 기업들이 기부금엔 인색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 2년 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도 기부금을 적게 내는 것은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직후 명품 기업들이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기부금 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ESG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기부금에 인색한) 명품 기업들의 '이윤 극대화' 기업 운영 방식은 옛날 기업의 패러다임"이라며 "기업이 장기적으로 명품 다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실망이 커지고 결국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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