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논문 13%가 '부실 학회'에 실렸다…갈수록 증가 추세

뉴스1       2022.05.02 14:55   수정 : 2022.05.02 14:55기사원문

(강태영·강동현씨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봅시다' 보고서 갈무리) © 뉴스1


(강태영·강동현씨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봅시다' 보고서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고등학생이 쓴 국제 학술논문 상당수가 이른바 '부실 학술지·학회'에 게재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고등학생의 부실학회·학술지 게재 논문 비율은 해가 지날수록 점차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태영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생과 강동현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생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봅시다' 보고서를 2일 공개했다.

이는 지난달 고등학생들의 해외논문 전수조사 결과 보고서의 후속이다.

연구진은 2001~2021년 국내 고등학교 213곳에서 고등학생이 작성한 해외 논문 558건 가운데 72건(12.9%)이 '약탈적 학술지·학술대회'에서 발행됐다고 분석했다.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에서는 '약탈적 학술지'를 '돈만 지불하면 무조건 게재해주고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라고 명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유명 학술지·학회는 논문 게재 승인률이 매우 낮은 데 비해 약탈적 학술지·학회는 심사 과정은 최소화하고 100만~400만원의 게재료를 받는 데 집중해 '논문장사'를 하곤 한다"며 "약탈적 학술지를 포함해 질적 수준을 의심케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2018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스코퍼스(SCOPUS)에서 등재가 취소된 학술지에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학생이 교수·박사들과 함께 작성한 논문이 실린 경우가 있었다.

이 같이 고등학생의 논문이 부실학회·학술지에 게재되는 경우는 자율고(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외고·일반고에 특히 많았다. 이들 학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 쓴 논문 가운데 22.4%가 부실학회·학술지에 실렸다. 과학고는 10%, 영재고는 5.9% 순이었다.

또 부실학회·학술지 발행 논문 비율은 해가 지날수록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에는 출간된 16편의 고등학생 공저 국제 학술논문 중 37.5%(6편)가 부실학회·학술지에 제개된 논문이었다.

2014년, 2018년 두 번에 걸쳐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논문 기재 금지 정책이 시행되면서 고등학생 작성 논문 편수가 급감했음에도 부실학회·학술지 발행 논문은 그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고등학생 작성 국내논문…학생부 기재 금지되자 '뚝'

이와 함께 연구진은 2001~2021년 발표된 고등학생들의 국내논문 329건, 학생 저자 950명을 분석한 결과, 2014년 이후 논문 편수가 급감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2014년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논문 등재, 발명 특허, 도서 출간 등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논문을 발표한 학생 저자는 Δ한국과학영재학교 132명 Δ대구과학고 126명 Δ서울과학고 95명 Δ한성과학고 64명 Δ경남과학고 45명 Δ부산과학고 43명 Δ부산일과학고 35명 등 영재학교와 과학고 등에 주로 분포해 있었다.

학교 유형별로는 영재고등학교가 418명으로 가장 많았고 과학고 151명, 자율고·외고·일반고 381명 순이었다.

앞서 연구진은 지난달 고등학생 작성 해외논문 558편에 대한 분석을 내놓으며 2014년 이후 논문 편수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국내논문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그대로 나타나며 특히 자율형고·외고·일반고에서 도드라졌다. 연구진은 2014년도 정책 이후 과학고와 영재고에서는 국내논문 편수가 명확한 감소 추세에 진입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반면 자율고·외고·일반고에서는 뚜렷하게 감소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또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분야의 논문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자율고·외고·일반고 학생들이 작성한 논문 가운데 19%가 의·약학 분야 논문이었다. 과학고에서는 10.9%, 영재고에서는 5.6%가 해당 분야 논문으로 작성됐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중등 교육과정과는 유리된 입시 전략용 논문 작성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교육부가 공개한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 결과' 관련, 연구진은 교육부의 조사 방식에서 파악하지 못한 논문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봤다.


교육부는 2007~2018년 발표된 1033개 연구물 중 미성년자가 부당하게 공저자로 등재된 연구물이 96건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를 부당하게 공저자로 등재한 교수 69명 중 중징계는 3명, 경징계는 7명에 그쳐 조사의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교육부 조사는 '대학교원이 작성에 참여한 미성년자 논문'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고등학교 소속 학생의 논문, 국내외 미성년 학생이 연구소·대학 소속으로 작성한 논문은 조사에서 누락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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