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에… 휘발유보다 비싼 경유 ‘역전 속출’
파이낸셜뉴스
2022.05.02 18:34
수정 : 2022.05.02 18:34기사원문
서울 주유소 43곳 경유값 더 비싸
당분간 지속… 화물·물류업계 부담
정부가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면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서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각국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시행 또는 검토 소식이 가격 상승세를 부추겨 '경유 값 역전 현상'은 당분간 지속·확산될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와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지역 주유소 435곳 가운데 43곳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 부산, 인천, 광주, 대구,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제 경유 가격 급등과 함께 유류세 인하가 맞물린 결과다. 대러시아 제재 차원에서 미국이 최근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를 내린 데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치솟았다. 유럽의 경유 수입량에서 러시아산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보통 국내 경유 가격은 유류세 차등적용의 영향으로 휘발유보다 200원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최근 경유 값이 더 빠르게 오른 데다 이번 유류세 인하로 L당 휘발유는 83원, 경유는 58원씩 내리면서 가격차가 줄어들고 더 나아가 역전 현상까지 생긴 것이다. 전국 평균가격만 봐도 2일 현재 휘발유는 L당 1946원, 경유는 L당 1905원으로 단 41원 차이다.
경유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경유 차를 주로 이용하는 화물·물류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유는 화물차량이나 택배트럭 등 상업용 차량, 굴착기, 레미콘 등 건설장비의 연료로 사용된다.
경기 양주 소재의 앵글선반 설치기업 A사는 연 단위의 계약을 따냈지만 유류비 상승에 따른 추가비용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당초 트럭 1대당 한 달에 120만~150만원을 지출했으나 경유 값 상승으로 인해 매달 적게는 100만~120만원씩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휘발유는 L당 130~135달러인 반면 경유는 150~159달러일 정도로 경유가 휘발유 대비 20달러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과거 경유가 L당 4~5달러 더 비싼 적은 있었지만 그때보다 가격 차가 5배 정도 더 벌어진 상태"라며 "전 세계적으로 경유 수급이 부족해서 생긴 현상으로 당분간 지속·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지금 추세라면 2018년처럼 평균 가격마저 경유가 휘발유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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