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잃어버린 척 무료식사 요구"…서울·경기 활보한 사기꾼 정체
뉴스1
2022.05.26 17:06
수정 : 2022.05.26 17:17기사원문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50대 남성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척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 무료 식사를 요구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서울, 경기도 일대에서 같은 수법으로 사기 치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 직원 A씨에 따르면, 이날 카페에 멀끔한 차림의 50~60대로 추정되는 남성 고객이 방문했다. 당시 이 남성은 숨을 헐떡이면서 "아가씨, 미안한데 휴대전화 한 번만 빌릴 수 있냐.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A씨가 흔쾌히 가게 전화를 빌려줬으나 남성은 "어떡하나, 어떡하나"라며 상대방과 연락이 닿지 않은 듯했다.
이윽고 남성은 숨이 찬 상태로 "버스를 잘못 탔는데 휴대전화를 놓고 내렸다. 다행히 버스 기사랑 연락돼서 만났는데 버스에 휴대전화가 없었다. 휴대전화도 꺼져있고 추적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랑 가족들 전부 이번 주에 강원도에서 이사 온다. 가족들이 내려오면 커피 대접하겠다"면서 횡설수설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사투리에 어눌한 말투, 발음이 새고 초조함도 섞여 있어서 뭐라고 하시는지 알아듣기 힘들었다"며 "휴대전화 잃어버려서 엄청 당황한 상태인 것 같았으나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씨는 그저 "경찰서에는 가보셨냐. CCTV라도 확인해봐라"라며 남성을 위로할 뿐이었다.
그러자 남성은 "아가씨가 내 아내랑 성격이 비슷한 것 같아서 이런 얘기를 해준 건데 너무하다"며 "아가씨는 안 그럴 줄 알았다. 너무하다. 왜 말을 그렇게 하냐"고 돌연 언성을 높였다.
당황한 A씨가 "제가 뭐 잘못한 게 있냐. 어떻게 해드리면 되냐"고 묻자, 남성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사람이 말이야. 이러고 있으면 '밥은 드셨냐, 괜찮으시냐, 힘드셨죠?'라고 물어봐야지"라고 A씨를 꾸짖었다.
A씨는 "당황하고 놀라신 건 알겠는데, 제가 정확한 상황도 모르고 갑자기 오셔서 본인 이야기만 말씀하시지 않았냐"며 "전화기 빌려 달래서 빌려 드렸는데 제가 뭘 더 해드려야 하냐"고 따졌다.
남성은 "됐다. 내가 강원도에서 이사 와서 사람들 데리고 커피라도 마시고 오려고 했는데. 아가씨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더라. 결국 뭘 요구하진 않고 저보고 너무한다면서 나가셨다"고 했다.
이후 A씨는 통화내역에 찍힌 전화번호를 검색해봤다가 이 남성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동정심과 믿음을 주고 돈 뜯어내는 사기꾼"이라며 "자기 뜻대로 안 돼서 삐쳐서 그냥 간 것 같다. 여기저기 사기 치고 다니는 것 같은데 조심해라"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기를 쳐오셨더라. 엄청 허술한데 아직도 안 잡힌 게 이상하다"고 의아해했다.
이를 본 다른 자영업자들은 "저 사람 서울, 경기에서 유명하다", "나도 인천에서 겪었다", "우리 가게에 와서는 5000원만 빌려달라고 했다" 등 경험담을 공유했다. 동시에 "정말 열심히도 산다", "정보 감사하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돈을 벌어라" 등 남성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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